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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로] 여권, 읍참마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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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미래교육원 원장

권력독점 취해 자기정치에만 몰두
널리 인재구하는 탕평책 실시하고
자기희생 뒤따라야 국민신뢰 얻어


총선 이후 돌아가는 정국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대법원 최종판결을 앞둔 사람이 당선되거나 재판 중인 당대표가 이끈 당이 압승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그럼 왜 이런 상황에서도 여당은 참패했을까? 0.73%의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실이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대선 마지막에 단일화를 이룬 안철수 의원까지도 철저히 권력에서 배제하였다. 몇몇 핵관만이 권력의 달콤함을 즐겼다. 0.73%차이에서 덧셈을 정치를 하기보다는 자기 정치 하기 바빴다. 이 때문에 하나둘씩 지지를 철회하거나 이번 총선에서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앞으로 인재를 등용함에 지역편중, 대학편중, 지인편중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국민 모두가 지금까지의 인사가 공정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이번 총선에서 심판한 것이다.

공정한 인사보다 더 필요한 것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자기희생이다. 야당 대선후보를 구속하겠다고 한다면 자신들은 더 정의롭고 깨끗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련의 조치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제 여권은 야당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특히 현 집권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권보다 자기와 주변관리가 요구된다.

여기서 손자병법의 이대도강(李代挑僵)과 고육지책(苦肉之策)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어느 날, 제나라 위왕과 공자(公子)들은 말 3쌍씩으로 하여 승부를 겨루는 경주를 개최하였다. 이때 전략가 손빈은 전기(田忌)에게, 상대방 상등(上等)의 말이 나오는 경주에 하등의 말을, 중등의 말에 상등의 말을, 하등의 말이 나오는 경주에 중등의 말을 내게 하여, 전기를 2승 1패로 승리케 하였다. 이 경주에 이긴 전기는 위왕에게 손빈을 천거하여 병법의 스승으로 받들게 하였다. 이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 여권은 이대도강처럼 자신의 식솔이 아니라 자기를 도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총선 도중에 대통령실과 비대위원장의 공천갈등은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고육지책은 208년, 적벽대전 때, 오나라의 노장인 황개가 꾸민 계략이다. 황개는 조조에게 항복할 것을 거듭 권유하자 화가 난 주유는 황개에게 곤장 100대를 치도록 명하였다. 곤장을 맞은 황개는 자신의 부하를 통해 조조에게 투항하겠다는 밀서를 보냈다. 몰래 투항하겠다고 조조에게 알린 날짜에 맞춰 황개는 안개가 깊게 낀 새벽에 마른 풀과 기름을 잔뜩 실은 배 수십 척을 거느리고 조조의 군영에 접근해서 불을 질렀다. 황개와 주유의 이 계략으로 손권·유비 연합군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위나라에 승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이 주는 시사점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자기희생을 위한 읍참마속이 있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촉이 위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북벌에 나설 때 보급 수송로의 요충인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마속을 내세웠다. 마속은 제갈량의 절친한 친구일 뿐 아니라 조정 중신인 마양의 아우였고 촉망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마속은 주요 길목에서 진을 치고 방어하라는 제갈량의 조언을 무시하고 산 정상에 진을 쳐서 위나라에 대패하여 가정을 빼앗겨 북벌에 실패하였다. 전쟁에서 참패한 제갈량은 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벨 수밖에 없었다. 엄격한 군율이 살아 있음을 전군에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 참패 후에 여권에서는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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