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포스탁데일리가 입수한 이건희 전(前)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집 ‘지행 33훈’을 차례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각 장마다 제시된 주제와 이건희 전 회장의 어록을 정리하고, 이에 해당하는 이 전 회장의 일화를 전(前)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분들과 기업인분들께서 많이 애독해주시고 주위에 전파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고,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이건희 회장의 경영 어록인 ‘지행 33훈’은 모두 9개 분야로 나눠 있다. 첫 번째 분야는 ‘경영자’로 위기의식, 미래통찰, 변화선도 세 장이 수록돼 있다. 이중 우선이 ‘위기의식’이다.
위기의식의 핵심 내용은 첫째 ‘우리의 현위치를 파악해야 한다’이다. 이익이 좀 난다고 우쭐대거나 착각하거나 자만은 금물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무의식, 타성에서 깨어나 현 위치의 객관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건희 회장의 육성 어록이다.
“인도, 중국이 뒤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고 일본은 앞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을 먼저 분석해야 될 것 아닌가? 우리가 치고 올라오니 노키아 등 경쟁사가 신경 쓰고 위기의식 능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 자세는 어떤가?”(2007년 4월)
“제일 중요한 것은 위기감이 회사 전체에 어느 정도 퍼져 있느냐, 그 위기감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와 있느냐, 얼마나 심각하게 와 있느냐 하는 것이다”(2001년 6월)
두번째 ‘건전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예측하고 항상 긴장감과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조직의 전계층, 전임직원이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헝그리 정신을 강화하고 ’댐의 구멍‘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회장은 “댐에 비행기가 폭격을 해도 끄덕하지 않지만, 바늘구멍이라도 있으면 점점 커지다가 결국은 무너지는 것”이라며 “조그만 것이라도 경쟁사에 지기 시작하면 이게 점점 확대된다, 한번 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2001년 8월)
또 “우리가 일본 업체를 앞선 것이 아니라 특정 품목에서 앞섰을 뿐인데 과장돼 있다”며 “일본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저력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2005년 6월)
세 번째 ‘항상 세계 최고와 비교하고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벤치마킹은 매일, 매주, 매년 하는 것이며 동종 업계 외에 그룹 내 벤치마킹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1등 한다고 자만하고 벤치마킹 안하는 게 제일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방심에서 오는 병은 잘 안 고쳐진다. 왜냐하면 제일 앞서왔고, 고치려고 할 때 지도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며 “벤치마킹이 안 되는 업무성격을 가진 곳은 방심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2003년 10월)
삼성그룹이 ’지행33훈‘을 엮을 때, ‘위기의식’을 가장 먼저 내세운 이유가 있을까?
전 삼성그룹 비서실 고위 임원은 “이건희 회장이 1993년 프랑크프르트 선언을 하면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했을 때, 삼성이 망하고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며 “이건희 회장님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늦었을 때도, 반도체가 잘돼도 자칫하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삼성의 전 역량을 동원해 ‘갤럭시폰’을 만들어 삼성전자가 IT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그는 “최근 삼성그룹이 임원들에게 주 6일 출근을 시작했는데, 이건희 회장이 늘 강조했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이닉스에게도 밀리는 게 된 삼성전자의 현실을 감안할 때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양오 인포스탁데일리 대표(전 삼성경제연구원 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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