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주거시설이 오랫동안 미분양을 못 버티다 통째로 공매로 출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공매로 넘어갔지만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유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분양 한파로 이 같은 사례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7일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일괄매각으로 공매에 나온 서울 강동구 길동 413-5외 2필지 도시형생활주택 한미스카이캐슬 133호실은 여덟 차례 진행된 입찰에서 모두 유찰됐다. 최저입찰가(129억원)는 최초 입찰가(285억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11회차까지 입찰이 예정돼있었으나, 우선수익자 요청으로 9~11회차 입찰은 취소됐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역 인근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역시 미분양이 지속되며 시행사가 지난 3월 만기가 도래한 PF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통째로 공매로 넘어갔다. 지하 2층~지상 12층, 총 78가구 규모로 조성된 곳인데, 지난달 총 8회차에 걸쳐 개별매각으로 입찰이 진행됐지만 마지막 8회차에 3가구만 낙찰됐다. 1회차 최저입찰가 19억~30억원대에서 8회차 낙찰가는 9억~16억원대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분양이 더욱 심각한 지방 비아파트는 공매로 출회되는 경우가 더 많다. 부산 연제구 신화하니엘 오피스텔은 지난 2월 총 142호실에 대한 공매가 5회차 진행됐지만 모두 유찰됐다. 전남 여수의 생활형숙박시설 여수웅천캐슬디아트 257실과 전남 광양 도시형생활주택 350호실도 일괄매각으로 나왔으나 마찬가지로 외면당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상품은 취득세가 높아 진입하기 어렵고, 실수요자들이 사기에는 면적이 작거나 커뮤니티시설이 부족한 요소 등 거주 편의성이 낮아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완성된 건물이 공매로 나오는 것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시행사가 금융비용을 내지 못하면서 대주단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공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유찰이 거듭될수록 후순위 대주단이 자금을 못 돌려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분양시장 위축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후미분양이 늘어나며 통매각 사례가 늘고 있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PF대출 연장을 중단하고 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하기 위해 공매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공매로 나올 비아파트 사업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은 정리 수순에 들어가고 정상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부동산 PF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04가구로 전월(6만4874가구) 대비 0.1%(90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194가구로 전월(1만1867가구) 대비 2.8%(327가구) 늘어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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