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이 인공지능(AI) 번역을 이용해 만화 수출을 5년간 3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7일 보도했다. 정부와 민간기업 협력으로 만화 수출을 늘려 일본 문화 컨텐츠 산업의 성장 촉진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과 경제산업성 소관의 산업혁신투자기구(JIC) 등 민간 기관 10곳이 함께 AI로 만화를 번역하는 신흥기업 ‘오렌지’에 29억 2000만엔(약 257억원)을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AI기술을 이용하면 번역 속도를 최대 10배 높일 수 있고 비용은 10% 수준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보통 책 1권을 번역하는데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먼저 AI가 초벌 번역을 하면 번역가가 표현을 수정해 빠르면 이틀 안에도 납품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번역을 담당하는 신흥기업 ‘오렌지’는 향후 5년 이내에 영문 번역 작품 수를 현재의 3.5배 수준인 5만점까지 늘려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창립한 ‘오렌지’는 전직 인기 게임 개발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곳으로 만화 편집자와 AI엔지니어, 번역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렌지’측이 사용하는 AI 번역 기술은 만화 번역에 특화되어 있어 ‘개그 만화’와 같은 특유의 화법이나 표현에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만화는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나루토(NARUTO)’와 ‘귀멸의 칼날’, ‘명탐정 코난’ 등의 작품이 이미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 출간돼 있다. 하지만 이 중 영어로 번역되는 작품 수는 많지 않다. 일본 내에서 약 70만점 가량 나와 있는 만화 작품 가운데 영문판으로 출간되는 경우는 1만 4000점 정도다.
번역 작업에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해외에서는 종이로 출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탓에 인쇄와 판매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히트가 예상되는 작품을 엄선해 영문으로 번역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렌지’는 AI번역이나 전자 출판을 이용하면 일본에서 출간된 직후 해외로 수출이 가능하다고 보고, 미국 뿐 아니라 스페인어권과 인도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은 이번 여름부터 미국에서 스마트폰 전용 스토어 ‘에마키(emaqi)’를 통해 전자판 출간을 시작한다. 한 달에 500점 정도 작품을 번역해서 5년 안에 5만점의 번역판을 낸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오렌지’에 대한 투자가 일본의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일본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4조 7000억엔(약 41조 4000억원)으로 반도체 산업과 거의 같은 규모다. 이 가운데 만화 등 출판물 수출은 3200억엔(약 2조 8000억원)으로,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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