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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5월] 채 상병 특검법은 정쟁이 아니라 ‘민생’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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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쟁이자 입법 폭주다.’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 특검법)’이 지난 2일 처리되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반발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알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한 점을 놓고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라고도 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상병 사망사고에 대한 해병대의 경찰수사 의뢰를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방해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에서 특별검사를 민주당이 추천하도록 한 점과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한 내용이 독소조항이라고 문제 삼았다. 자칫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이뤄지고 이 내용이 생생하게 언론을 타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통령실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이 국민의 먹고 사는 경제 문제, 즉 민생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았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명령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지난 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종료 전 처리하는 것에 관한 질문에 ‘찬성한다’가 67%로 ‘반대한다'(19%)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이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29일부터 5월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을 향한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국민 역시 월등히 많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4월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응답률 6.7%)에게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전화조사한 결과,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65.2%로 집계됐다.

반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은 23.5%에 머물렀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도 95% 신뢰수준에 ?3.1%p다.

이렇게나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한 이유는 정쟁이라는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관점과는 달리 이 사안이 ‘민생 문제’이기 때문이다.

좁은 의미의 민생은 ‘대파 가격’ 같은 물가 문제나 지급 여부를 놓고 여야의 의견이 다른 ‘민생지원금’ 같은 사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민생에는 소득뿐 아니라 안전하게 생활하는 문제까지 들어간다.

특히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피해 갈 수 없는 군대 같은 곳에서 안전 문제는 아들을 키우는 국민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민생 문제다.

나라 지키라고 군대에 보냈더니 생때같은 아들이 억울하게 죽어 돌아온 일 만큼 중요한 사건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도 왜 죽게 됐는지, 누구 때문에 죽게 됐는지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여태껏 하나 없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일 오후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 영정 앞에 특별법 법안 내용을 올려놓고 울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특별조사위원회의 영장청구권이 삭제된 채 참사 발생 2년 만에야 겨우 통과된 이태원참사특별법 역시 민생 관련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도 한 복판에서 155명의 젊은이가 축제를 즐기다가 희생됐는데 이제서야 진상 규명에 착수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통탄할 노릇이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를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으로 정리했다. 즉 먹을 것과 안전, 그리고 신뢰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중에서 잘 된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7092억 달러로 세계 14위다. 1991년만 해도 우리나라 GDP는 13위였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 조차 14위였다.

10위권에서 떨어져 지난 30여 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까지 내려온 셈이다. 더구나 물가는 오르고 내수도 부진하며 ‘의대 증원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환자들과 그 가족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채상병과 이태원 젊은이들의 억울한 죽음 뒤 정부를 향한 신뢰는 바닥을 찍고 있다. 30% 안팎에 불과한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이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연다. 이 기자회견이 국민의 믿음을 다시 찾을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창욱 정치경제부장’글로벌&기후에너지부장’부국장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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