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면서 두 회사 합병 절차에 탄력이 붙게 됐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일본제철은 세계 3위권 철강사로 올라가고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악화한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 시장 수출량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전날(현지시각)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해도 독점 우려가 없다며 인수 계획을 승인했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미국 법무부는 최근 일본제철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제철은 인수 완료 시기를 9월 말에서 미국 대선 이후인 12월 말로 늦춘 상태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141억달러(약 18조1000억원)에 US스틸 지분 전량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US스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가 있으며, 1901년 존 피어폰트 모건이 앤드루 카네기의 카네기스틸을 사서 설립했다. 미국 철강산업의 상징적인 회사라 미국 정치권과 노동계는 이번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두 회가 합병되면 일본제철은 조강(용광로에서 생산된 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 기준 세계 3위권 회사가 된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제철의 조강 생산량은 4437만톤(t)으로 세계 철강사 중 4위를 기록했다. US스틸은 1449만톤으로 27위다. 두 회사의 조강 생산량을 합치면 중국 바오우그룹,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게 된다.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는 7위다.
일본제철은 미국의 전기차(E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일본제철은 모두 전기차 모터에 필수로 들어가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철강사로 경쟁 관계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정에 따라 1년에 125만t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고 초과분은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 일본제철은 US스틸의 생산 설비를 이용해 관세를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맺은 쿼터제(할당제)에 따라 1년에 철강재를 263만t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 물량은 259만1958t이었다.
철강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미국에 수출 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하고 해외 철강사에 대한 무역 규제를 강화했는데,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도 장기적으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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