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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그리고 중국과 프랑스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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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년사를 할 때마다 공개되는 중난하이(中南海)에 있는 그의 서재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 중 하나이다.

이때 시 주석의 뒷편에 있는 책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프랑스의 대표 고전 문학 작품들이 꽂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법의 정신’, ‘레 미제라블’, ‘적과 흑’, ‘인간 희극’ 등이 있다.

“저는 젊었을 때 프랑스 문화, 특히 프랑스 역사, 철학, 문학,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시 주석은 이렇게 회상한 적이 있다.

탐독가로 알려져 있는 그는 집권 후 문화 교류를 자신의 외교 정책 방향 중 하나로 표방하며, 문화를 발판 삼아 대외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중국-프랑스 수교 60주년을 맞은 가운데 지난 5일 시 주석은 프랑스를 세번째로 국빈 방문했다. 프랑스 문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시 주석이 위대한 동서양 두 문명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더 가까워지게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1972년 당시 농촌에서 ‘교육받은 청년’인 시 주석이 친척들을 방문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돌아온 모습사진신화통신
1972년 당시 농촌에서 ‘교육받은 청년’인 시 주석이 친척들을 방문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돌아온 모습[사진=신화통신]

 

스탕달에서 위고까지

1960년대 후반, 당시 10대였던 시 주석은 ‘농민 계몽’을 위한 ‘지식 청년’ 자격으로 중국 황토고원에 위치한 가난한 마을인 량자허(梁家河)로 보내졌다. 시 주석은 시골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독서에 심취하면서, 그 작은 마을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고전 문학을 다 읽었다. 그중에는 프랑스 문학가 스탕달의 작품 ‘적과 흑’도 있었다.

시 주석은 “스탕달의 ‘적과 흑’은 영향력이 매우 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다만 세상의 복잡함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발자크와 모파상의 작품이 최고입니다. 예를 들어 발자크의 인간 희극이 그 예입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 유명 작가들의 고전 작품은 다양한 서적을 섭렵한 시 주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시 주석은 연설에서 프랑스 작가들, 특히 빅토르 위고의 글귀를 자주 인용하곤 한다. 그는 지난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측 총회(COP21)’ 파리기후협정에서 레 미제라블의 대사를 인용해 “최고의 자원은 극단적인 결의에서 나옵니다.”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시 주석은 프랑스 미술품에도 애정을 갖고 있다. 특히 프랑스 작곡가 비제와 드뷔시를 좋아한다. 장엄한 개선문부터 베르사유 궁전의 호화로운 홀까지 여러 문화 유적지를 방문한 시 주석은 시대를 초월한 루브르 박물관의 컬렉션과 노트르담 대성당의 존경받는 성역을 인류 문명의 영원한 보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프랑스 문화를 좋아한 중국 지도자는 시 주석뿐만이 아니다. 과거 1920년대 프랑스 유학 근공검학(勤工儉學: 일하면서 배운다)운동 기간 동안, 향후 중국 총리와 최고 지도자가 된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샤오핑(鄧小平)은 전쟁, 빈곤 및 침략으로 찢겨진 중국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당시 수많은 중국 애국청년들이 프랑스 혁명에 관한 글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이는 시 주석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프랑스 명작 중 하나인 ‘레 미제라블’의 배경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회상한 바와 같이 그에게 깊은 감동을 준 에피소드 중 하나는 미리엘 주교가 장 발장을 도와주고 그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격려한 일화다. “위대한 작품은 독자를 감동시키는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둘째이 지난 2019년 3월 24일 니스 정상 회담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첫째으로부터 1688년 출판된 프랑스어판 논어도독論語導讀 원본을 선물받고 있다출처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둘째)이 지난 2019년 3월 24일 니스 정상 회담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첫째)으로부터 1688년 출판된 프랑스어판 ‘논어도독(論語導讀)’ 원본을 선물받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지음(知音)’ 

프랑스 문화에 대한 시 주석의 인식은 중국과 프랑스 간 교류에서 문화 교류가 점점 더 두드러지게 된 기반으로 풀이된다.

2019년 프랑스 니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100년 된 저택이자 유럽 문명을 반영하는 축소판으로 여겨지는 빌라 케릴로스로 시 주석을 초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곳에서 시 주석에게 진귀한 고대 서적인 프랑스어판 ‘논어도독(論語導讀)’ 원본을 선물했다.

갈색 대리석 무늬의 송아지 가죽 덮개, 금빛 장식 무늬가 새겨진 가장자리가 특징인 이 고대 작품은 계몽주의 시대인 1688년 출판됐다. 책에는 고대 프랑스어로 “독자에게. 이 책은 공자를 이해하는 열쇠 또는 입문 역할을 할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교 가르침의 초기 역본이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와 볼테르에게 영감을 줬다고 시 주석에게 말했다. 책을 들며 표지를 펼친 시 주석은 “귀중한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나중에 이 책은 중국국가도서관의 귀중한 소장품이 됐다.

17세기에 유럽에서는 시누아즈리(Chinoiserie·중국풍)라는 유행이 출현했고 18세기에 이 유행은 중국과의 무역 증가에 힘입어 유럽 전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동시에 프랑스의 중국학 학자들은 중국 전통 문화의 철학적 토대인 유교에 대한 연구를 탐구하고 그 사상을 유럽 전역에 전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에 주목했다. 중국 근대의 유명한 학자 고홍명(辜鴻銘)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오직 프랑스인만이 중국과 중국 문명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이 이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중국인만큼 특별한 정신적 본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가 ‘지음(知音)’ 즉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두 나라의 풍부한 문화적 공통점으로 인해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 주석이 지난 2023년 4월 7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고산유수高山流水’를 듣고 있다출처신화통신
시 주석(오른쪽)이 지난 2023년 4월 7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고산유수(高山流水)’를 듣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지난해 4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를 방문했을 때, 두 국가 정상은 1980년대 중국 개혁개방 초기 당시 광둥성 성장인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이 거주했던 저택의 송원(松園)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두 정상이 정원을 산책하는 동안 고대 중국 악기인 금(琴)의 곡조가 울려 퍼졌다. 이에 흥미를 느낀 마크롱 대통령은 음악의 이름을 물었고, 시진핑은 ‘고산유수(高山流水)’라고 답하며 곡의 숨겨진 유명 일화인 유백아(俞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이야기를 전했다.

고대 중국 전설에 따르면 유백아는 뛰어난 금 연주자였다.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종자기는 유백아의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파악하는 보기 드문 능력을 소유했다.

시간이 흘러 종이 죽자 슬픔에 잠긴 유백아는 악기를 부쉈고, ‘지음’인 종자기를 잃은 이제부터는 다시는 연주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지음은 중국어로 상대방의 음악을 이해하는 매우 친한 친구를 의미한다.

이에 시 주석은 마크롱에게 “오직 지음(마음이 통하는 친구)만이 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독립국의 만남”

시 주석은 2014년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연설에서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은 하늘이고, 하늘보다 더 넓은 것은 인간의 마음”이란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심각하게 변하는 시대에 문명의 조화로운 공존을 확고히 옹호해야 한다며, “사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명에 접근할 때 하늘보다 더 넓은 마음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파리가 유네스코 개최 도시이고 시 주석이 프랑스를 서구 문명의 주요 대표국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지도자가 처음으로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문명 비전을 발표할 장소로 프랑스 수도를 선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3월 27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
지난 2014년 3월 27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

당시 유네스코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서로 다른 문화, 종교, 인종 집단을 대표하지만 우리는 운명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부라는 그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라고 전했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이 한 말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고 부연했다.

시계를 60년 전인 1964년으로 되돌리면 중국과 프랑스는 1월 27일 정식 수교를 맺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는 냉전의 고립이라는 냉혹한 지배를 깨뜨리고 세계 정세를 다극화 세계 질서로 전환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다음날 사설에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두고 ‘두 독립국의 만남’이라고 평했다.

시 주석은 당시 양국 지도자인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샤를 드골 대통령이 비범한 지혜와 용기로 중국과 서방 간 교류 협력의 물꼬를 트면서, 냉전 중인 세계에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추이훙젠(崔洪建) 베이징외국어대학 유럽연합 및 지역발전 연구센터 주임은 “중국과 프랑스는 모두 독립된 문명이지만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나라는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세계 동향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라며 “그들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싶지 않고, 결과적으로 지배당하고 싶지 않습니다.”고 설명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헌법위원회 위원장은 프랑스와 중국이 모두 다자주의와 평화를 지지한다며, “이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는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히 중국과 프랑스의 차이점을 넘어 공통된 주요 사명임에 틀림없습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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