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 1, 2위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의 대주주가 높은 이자율로 토지매입대금을 빌려주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등 사적 이익추구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들을 특정경제범죄처벌(특경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가족 법인 분양률 높이려 임직원 동원…특경법 위반
7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주주 및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등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 대상은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업계 차입형 투자신탁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 수탁고 규모는 2023년말 기준 3조4000억원,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신탁사는 브릿지론에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전환할 때 개발사업을 수탁하는 업무를 맡는다. 부동산을 개발·관리해주고 분양·임대 수익을 불리는 역할이다. 신탁 업무는 관리형, 차입형으로 나뉜다.
관리형은 대주단과 시공사가 개발비용을 대고 신탁사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며, 차입형은 신탁사가 직접 개발비용을 투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입형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을뿐더러 직접 자금을 집행하다 보니 시행사나 용역업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입형이 많은 회사부터 점검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검사결과 사례에 따르면, 검사 대상 중 한 곳인 A사의 대주주 및 그 친족과 계열회사는 시행사에 토지매입자금 명목으로 20여회에 걸쳐 1900억원을 빌려주고, 이자로 총 150억원을 수취했다. 평균 이자율은 18%에 달한다. 일부 시행사에는 개발이익의 45% 상당을 이자 명목으로 받기로 했다. 이는 미등록 대부업자가 자금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B사의 경우 대주주의 자녀가 소유한 시행사가 진행한 사업의 미분양 물량을 축소하려고 회사와 계열사의 임직원에게 45억원을 빌려주고 분양에 참여하도록 했다. 통상 수분양자와 분양률이 증가하면 시공사의 중도금대출 연대보증 한도를 증액할 수 있다. 따라서 시공사에 대한 기망 행위에 해당해 특경법 위반 소지가 있다. 직무 관련 이용해 수억원 개발 이익
검사대상 A, B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위법 사례도 있다.
대주주와 임직원들은 신탁 직무를 수행하면서 용역업체 등에서 45억원 상당의 금품과 법인카드 등을 수취했다. 이는 특경법 위반에 해당하는 동시에 불건전영업행위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존재한다.
사금융을 불법 알선하기도 했다. A, B사의 임직원들은 본인 혹은 가족이 소유한 개인법인을 통해 시행사에 수차례 토지매입자금 등을 명목으로 약 25억원을 직접 대여 또는 알선했다. 이자 명목으로 7억원 상당을 받아갔다. 약정이율이 100%이고 분할상환 등을 고려할 경우, 실제 이자율이 37%에 육박해 최고 이자율 한도(20%)를 넘어섰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재건축 사업 등을 담당하는 회사의 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재개발에 따른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업지 안에 있는 아파트와 빌라를 매입했다. 개발지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를 고려했을 때 수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무 관련 정보의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 위반된다.
특경법 위반 혐의 검찰 통보‥12개사 추가 점검키로
금감원은 적발된 대주주와 임직원의 특경법 위반 혐의를 검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부업법·자본시장법 위반에 관해서는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PF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신탁사 대주주, 임직원이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전을 받고 대여를 해주는 행위는 명백한 사적이익추구 행위”라며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에 맞게 처리해야 할 행정제재는 제재심부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금감원은 나머지 부동산 신탁사 12곳에 대한 테마검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업계에서도 사익추구 등 위법·부당행위를 사전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등 주의 환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