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유상옵션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필수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옵션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고 세금도 더 늘어난다는 점에서다.
6일 본지가 최근 분양 단지들의 유상옵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상옵션 비용이 분양가의 10~20%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분양을 마친 안산시 ‘한화포레나안산고잔2차’의 경우 전용면적 84㎡A 타입 발코니 확장비만 191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이 타입의 최고 분양가가 7억9900만 원임을 감안하면 발코니 확장만 선택해도 분양 금액은 8억 원 초반대까지 오른다. 발코니 확장이 사실상 필수란 점에서 실질 분양가는 8억 원이 넘는 셈이다. 이외에도 시스템에어컨과 붙박이장, 욕실 인테리어 비용과 가전기기 옵션을 모두 선택할 경우 비용은 6830만 원이 추가된다. 이는 분양가의 8.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수분양자의 비용 부담은 8억6730만 원까지 늘어난다.
3일 당첨자를 발표한 ‘힐스테이트 죽림더프라우드 A2BL(공공분양)’은 84㎡A형 기준 현관 창고도어와 복도장을 설치하려면 간접 조명도 반드시 함께 설치하도록 했다. 현관장을 설치하는 옵션에도 주방 가구 간접 조명 설치가 397만 원짜리 패키지로 묶여 있다. 복도 팬트리를 설치하려면 주방도 팬트리를 함께 설치해야 하거나(190만 원), 주방 상판도 27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설치가 가능하다. 해당 단지 84㎡A형 최고 분양가는 4억8500만 원으로 발코니 확장비(약 734~890만 원)를 포함한 풀옵션은 8038만 원이다. 분양가의 16.57%다.
충남 아산시 일원에 공급되는 ‘더샵 탕정 인피니티시티 2차’ 84㎡A형은 최고 분양가가 4억8230만 원, 발코니 확장비용이 1380만 원이다. 여기에 시스템에어컨, 주방 및 욕실 인테리어 비용과 가전, 가구 등 설치비용을 모두 합한 풀옵션 비용은 8997만 원이다. 분양가의 20%에 근접한 수치다.
서울 구로구 ‘개봉 루브루’는 소형주택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옵션비용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타입인 42㎡C형 기준 발코니 확장 비용은 770만 원으로, 힐스테이트 죽림더프라우드 84㎡형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침실 붙박이장 비용, 샤워공간 설치 비용 등 유상옵션을 모두 선택하면 1948만 원이 추가로 든다.
최근 분양 단지의 유상옵션은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건설사들이 유상옵션을 통해 높아진 공사원가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분양자 입장에서 보면 분양가에 유상옵션을 추가할 경우 실질적인 분양가뿐만 아니라 주택 구입시 내야 하는 취·등록세도 올라가는 만큼 부담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료 옵션을 빼기도 어렵다. 사실상 필수에 가까운 것들이 유료 옵션으로 설정돼 있어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발코니 확장은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고, 드레스룸 시스템장, 팬트리, 파우더룸, 주방 아일랜드 등 필수적으로 선택하는 사항까지 유료 옵션으로 분리됐다”며 “최근 2~3년 사이 유료 옵션이 더 늘어나며 수분양자들이 돈을 더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 옵션은 비용 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수분양자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임에도 공고문 후반부에 나와 있어 확인하기 어렵다”며 “일반 수분양자들이 확인하기 쉽도록 상단에 배치하는 등 가독성을 높일 방법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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