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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매물 홍수에도…금융지주 머뭇대자 중견기업·PE ‘눈독’ [시그널]

서울경제 조회수  

저축은행 매물이 쌓이고 있다. 한때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됐던 금융지주들은 인수 검토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배임 우려로 사외이사들이 부실 매물 낙인이 찍힌 저축은행 인수에 쉽사리 ‘찬성’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심화, 경영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저축은행 몸값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일부 중견기업과 사모펀드운용사(PE)가 저축은행 인수의 새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저축銀 매물 홍수에도…금융지주 머뭇대자 중견기업·PE '눈독' [시그널]
연합뉴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저축은행인 상상인(총자산 2조 8166억 원, 2023년 기준), OSB(2조 7596억 원), 한화(1조 3713억 원), HB(1조 687억 원), 조은(4646억 원), 민국(4000억 원)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가 PF 부실, 수익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시장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며 “이 중에서도 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현 위기만 잘 넘기면 중장기 성장 잠재력은 충분해 인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는 중견기업과 PE로 파악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 중견기업과 PE 몇 곳이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저축인행 인수 의사를 타진해왔다”며 “매각 의사와 예상 매각가를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금융지주가 유력 인수 후보군에서 사실상 밀려나면서 인수합병(M&A) 경쟁을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총알이 넉넉한 금융지주와 인수가 경쟁을 하지 않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저축은행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銀 매물 홍수에도…금융지주 머뭇대자 중견기업·PE '눈독' [시그널]

실제 한화저축은행의 경우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30위권으로 대기업 계열사지만 예상 매각가는 1500억~2200억 원에 그친다. 한화그룹은 2008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던 새누리저축은행(현 한화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4000억 원가량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시켰다.

지난해와 올 초까지만 해도 저축은행 매물을 사들일 후보는 금융지주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인수를 놓고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면서 기류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한 배경에는 사외이사의 반대가 있다”며 “부실 우려가 큰 저축은행 인수에 찬성했다가 배임죄로 고발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추가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계열사를 이미 보유한 금융지주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을 또 인수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올리는 데 따른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사의 이런 분위기는 금융 진출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금융에 연고가 있는 중견기업이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낮다는 점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를 타진하는 중견기업은 모두 제조업 기반이라 인수 후 기존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일부 경영진 반대도 커 ‘인수 검토’ 이상으로 진도를 빼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PE 측은 합리적 가격에 저축은행을 사들인 후 경영 정상화를 통해 4~5년 후 업황이 반등하면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전략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PF발 잠재 부실도 인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총 5633억 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토지담보대출이나 브리지론 등 PF 사업의 초기 단계에 실행된 대출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올해 80% 이상의 대출 만기가 집중 도래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예상 손실 규모가 약 2조 6000억~4조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추가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3조 3000억 원까지 봤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최악의 경우 적자 규모가 2조 2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 차원에서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이상 매각 속도가 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 심화를 막으려면 부실 기관 지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부실 자산을 별도 계정으로 빼내야 저축은행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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