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집권의 꿈을 펼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이하 현지시간) 향후 6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지난 3월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를 기록하며 5선에 성공한 그는 2030년에도 출마할 수 있어 사실상 ‘종신집권’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가 비로소 현대판 차르(황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근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 이틀 뒤 예정된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 행사는 규모를 키워 푸틴 정권의 기세를 드러낼 자리가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7일 정오 크렘린궁 대궁전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2000년, 2004년, 2012년, 2018년에 이어 올해까지 5선에 성공한 그는 2030년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그의 집권 기간은 1999년 12월 31일부터 총리를 지낸 2008년~2012년을 포함하면 30년에 이른다.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록을 넘어서는 셈이다. 그는 대선 승리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단일 대오를 강조한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의 생존을 위한 전투로 묘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그는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전쟁 지속에 필요한 자국 내 교육, 복지, 빈곤 퇴치 등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푸틴 관련 저서를 낸 브라이언 테일러 시러큐스 대학 교수는 AP통신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의 현재 집권 계획의 핵심이며 이것이 바뀔 것을 시사하는 어떤 징조도 없다”고 설명했다.
외려 푸틴 5기의 러시아는 다른 곳으로 분쟁이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원조를 받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 전선을 유지한다면, 러시아는 발트해 연안이나 폴란드에 대한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판 월트 하버드 국제관계학 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기고문에서 푸틴에 대해 “다른 곳에서 새로운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마국 씽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센터 소속 전문가 막심 사모루코프는 외교 전문 매체 포린어페어 논평에서 “푸틴이 변덕과 망상에 이끌려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푸틴은 내부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단속할 전망이다. 대선 승리 얼마 뒤인 3월 22일 수도 모스크바 인근 공연장에서 145명이 숨진 테러가 발생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그간 자신해온 ‘안보’ 공백을 드러내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에 그는 테러 배후를 찾고 재발 방지책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내부 반대 목소리를 차단하고 있다.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사 뒤 언론 통제와 인터넷망 폐쇄 조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틀 뒤 예정된 전승절 행사는 푸틴 대통령의 위세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쿠바 등 여러 국가 정상을 초대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5일 전했다. 전승절 열병식은 9일 2022년 개전 이래 처음으로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행사엔 옛 소련 국가 정상만 참여한 것과 달리, 올해는 쿠바·라오스·카자흐스탄 등 국가 지도자도 함께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올해 열병식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9000명 규모로, 75대의 군사 장비를 동원한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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