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놓고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 수사를 지시했지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들이 일제히 ‘수사가 늦었다’는 취지의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늦은 만큼 박절하단 소리 들을 정도로 수사하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주가 조작 사건도 이번에 함께 조사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여사 사건은 지난해 12월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그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5일 백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지난 2일 검찰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9일경 하기로 했던 출석일자를 20일 이후로 조율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서는 이달 중 대면 조사를 할 것으로 여러 언론이 전망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백은종 “김건희 명품백 고발인 조사 때 추가로 4~5건 수사요청할 것”]
조선일보 “주가 조작 사건도 함께 조사해 결론 내라”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은 늑장수사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만시지탄”이라 했고 중앙일보는 “늑장 수사”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6일자 사설 <김 여사 수사와 ‘채 상병’ 회견, 만시지탄이다>에서 “검찰은 명품백 사건 고발장이 접수된 지 5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다 야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명품백을 더한 특검법을 발의하고 강행 처리하려 하자 뒤늦게 수사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해당 사건 성격에 대해서는 “특검까지 할 만큼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친북 목사와 친야 유튜브가 기획한 ‘함정 몰카 공작’ 성격이 짙다”고 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김 여사가 처벌되지 않을 거라 관측했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청탁이 오간 정황이 없고 대통령이 가방 수수를 인지했다는 증거도 없다. 김 여사는 공직자가 아니여서 청탁금지법상 혐의 구성이나 처벌도 힘들다”며 “검찰은 문재인 정부 검찰이 1년 반 넘게 수사하고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던 주가 조작 사건도 이번에 함께 조사해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도 야당이 특검을 고집한다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함정 몰카’를 강조한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는 “(정부와 여당은) 사전에 기획한 몰래카메라 촬영이라는 측면만 부각했다”며 “국민은 대통령 부인이 고액의 선물을 받는 모습에 놀랐고, 명품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지를 궁금해 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김 여사가 외빈 방문에도 두문불출하는 사이 관련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이런 식의 대응이 국민의 반감을 불렀고,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며 “권력 수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에서 검찰은 이제라도 신속하게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사설 <檢, ‘명품백 수사’ 늦은 만큼 박절하단 소리 들을 정도로 하라>에서 “(선물이)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만큼 김 여사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 윤 대통령만 처벌된다. 대통령을 이런 혐의로 임기 내에 기소할 수는 없지만 수사할 수는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처벌 가능 여부를 떠나 대통령 부인이 명품 백을 받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며 “대통령과 주변 인물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난 의혹이라면 일단 수사를 시작한 뒤 처벌이 가능한지 판단하는 것이 대통령과 검찰의 권력관계를 고려할 때 더 공정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차 ‘강하게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검찰 수사가 균형 맞추기의 인상을 주려는 시늉이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부부에 대해 박절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김 여사가 받는 의혹 중에서 사실로 확인된다면 더 심각한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명품 백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은 미진한 상태로 남겨두는 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덮으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 “단일대오, 강경투쟁이 미덕처럼 여겨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이후 ‘친명’ 체제를 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독 출마한 박찬대 원내대표 선출로 이재명 대표와의 ‘투톱’ 체제가 공고해졌다.
경향신문은 “새로운 지도부는 친이재명(친명) 기반에 강경파를 첨가한 형태”라고 했다. 6일자 5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대여 투쟁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내부에선 단일대오와 강경 투쟁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총선은 승리했지만 독선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총선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독선·불통을 심판했지만, 민주당을 무한 신뢰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의석을 몰아준 게 아니었다”며 “멀리 갈 것도 없이 21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졌지만 민생 문제 해결에 무능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할 일을 하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야당이 정부·여당과 싸울 땐 싸우더라도 협력할 건 협력해야 한다”며 “원내 1당으로 국정 운영에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만이 정치 효능감을 갖는 식이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당선인 총회에서 의원들에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정치결사체의 구성원”이라며 당론에 따를 것을 주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6일 <의원에 대한 당론 겁박은 헌법 위반이다> 사설을 냈다.
중앙일보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를 민주당이 가져오겠다고 발언한 것을 놓고도 “국민의힘에 대한 점령군의 선전포고로 비친다. 4년 전처럼 민주당이 단독 개원을 밀어붙이고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는 총선 민의와 어긋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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