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투입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전쟁 격화에 대응해 관련 분야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1분기 성장률 호조세에 고무된 듯 연간 전망치 상향 조정을 예고했고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차 조지아를 방문 중인 최 부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R&D 사업의 예타 제도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D 예타는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국가 사업을 대상으로 예산을 집행할 때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2008년 정부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는데 예타 조사에만 통상 7개월 넘게 소요된다는 게 문제로 지적돼 왔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한데 R&D 예타로 시간을 허비해 관련 기술·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예타 면제로 기초 연구와 개발 사업이 빠르게 진척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달로 예정된 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될 중점 방향 중 하나로 R&D 개혁을 언급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의료 개혁 재정 지원, 청년 문제, 지역 이슈, 저출생 등 (중점 방향)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R&D 개혁을 지속적으로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타는 사회간접자본(SOC)에 적용하는 건데 R&D 중에서 이런 성격을 가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예타 규제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계 반발이 거센 R&D 예산 삭감 이슈에도 입을 열었다. 최 부총리는 “R&D 재정 지원뿐 아니라 세제 지원까지 합치면 약 30조원”이라며 “민간이 못하는 부분은 재정 지출을 해야 하는 거고 민간이 잘할 수 있는 건 비용 부담을 줄이는 세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예산과 관련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등 우리가 약한 부분에는 재정을 지출하고 잘하는 부분은 세제 지원을 주는 게 맞다”며 “초격차 도달을 위해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예상보다 높게 나온 데 대해서는 올해 전망치를 대폭 수정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 부총리는 “아직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수출이나 국내 생산 등이 좋아지는 게 지표상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2%인데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6%로 상향 조정했는데 정부도 이런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임기 내 1인당 GDP가 4만 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최 부총리는 “성장률이 받쳐 줘야 하고 환율도 중요하다”며 “환율 움직임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측면이 있는데 올해 보기엔 우리 정부 내에서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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