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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 열어준다며 술 마시고 우유 투입구 불붙인 남편… 방화 무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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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배우자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남성이 방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조승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Jomic-shutterstock.com

A씨는 지난해 10월 16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기 집에 들어가려 했으나 문을 열 수 없었다.

술을 마시고 귀가한 A씨의 가정폭력을 우려한 아내 B씨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화가 난 A씨는 “죽여버린다, 불 지른다”며 일회용 라이터로 현관문 아래쪽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였다.

B씨가 물을 부은 덕분에 불은 1분도 되지 않아 꺼졌지만, 현관문 내부가 그을렸다.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A씨가 사람이 현존하는 건물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보고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수사기관에서 A씨는 불을 붙인 이유에 대해 “현관문을 열도록 B씨를 겁주기 위함이었다”고 진술했다. 그의 휴대전화에 따르면 A씨는 불을 붙이기 전후 아내에게 문을 열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Johnathan21-shutterstock.com

아내 역시 검찰에서 “남편이 이전에 집에 불을 지르거나 지른다고 한 적은 없고, 제가 집에 있으니 바로 불을 끌 것이라 생각해서 겁주려고 대문에 불을 붙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하려면 불이 매개물을 떠나 건물 자체에 독립해서 타오를 가능성을 인식·용인하는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A씨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붙인 이유는 배우자에게 겁을 줘 현관문을 열고 주거지로 들어가기 위함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파트 건물에 독립적으로 타오를 정도의 불을 붙이는 것은 이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건 당시 집 앞 호실에는 다른 가족도 거주했는데, A씨가 불을 질러 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의도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현관문 근처에 소화기가 있다는 점도 A씨가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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