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상암 최병진 기자] 심판 운영에 대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FC서울과 울산 HD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11라운드를 치렀다. 이날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상암에는 무려 52,600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서울이 올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라운드에서 세운 51,670명을 넘어서며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이 다시 세워졌다.
경기도 접전 승부가 펼쳐지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서울은 신예들을 앞세워 울산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울산은 조현우, 주민규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던 후반 40분 논란의 장면이 발생했다. 서울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아타루의 헤더가 함께 공중볼 경합을 펼치던 최준의 손에 맞았다. 이날 주심을 맡은 김희곤 심판은 해당 상황에 아무런 판정도 내리지 않았고 경기는 1분 30초가량 계속해서 진행됐다.
볼이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자 김희곤 주심은 VOR(비디오 판독 운영실)룸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온필드 리뷰를 진행했고 그대로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결국 이를 마틴 아담이 성공시키면서 울산이 승리를 따냈다.
서울 선수들은 판정에 강하게 항의를 했다. 최준이 공중볼 경합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팔이 올라갔고 최준이 정면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볼이 뒤로 넘어가 손에 맞았기 때문에 의도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희곤 주심은 최준의 손이 과도하게 벌어져 볼의 경로를 막았다고 판단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서울 선수들의 항의는 멈추지 않았고 김기동 FC서울 감독 또한 기자회견에서 아쉽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당사자인 최준은 아쉬움에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한 뒤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을 빠져나갔다.
핸드볼, 그중에서도 PK와 연결되는 손에 맞는 반칙은 판정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기준의 척도가 되는 ‘의도성’과 ‘동작의 자연스러움’이 심판에 의해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최준의 핸드볼을 바라보는 서울의 입장과 심판의 생각이 달랐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VAR)의 일관성이다. 서울과 울산의 경기에서는 온필드 리뷰가 진행됐지만 지난 3월에 펼쳐진 서울과 김천상무의 5라운드에서는 유사한 핸드볼 상황에서 VAR이 가동되지 않았다. 전반 1분 만에 서울의 일류첸코가 슛을 시도했고 김천 김봉수의 팔에 맞았으나 VAR 판독이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6라운드에서 나온 오심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전반 26분 인천의 무고사가 제주의 임채민과의 경합 끝에 득점에 성공했지만 반칙인 선언됐다. 공교롭게 당시 판정을 내린 주심이 김희곤 심판이다. 해당 장면에서도 온필드 리뷰는 없었고 이후 결국 오심이 인정됐다.
득점, PK, 퇴장, 판정 재확인이라는 4가지 VAR 발동 조건이 있지만 비디오 판독과 온필드 리뷰를 적용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달라지면서 일관성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평가 소위원회를 열어 인천-제주전 주심을 맡은 김희곤 주심에게 ‘경기 배정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징계 수위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김희곤 주심은 지난 서울과 전북 현대의 8라운드에서 다시 주심을 맡으며 1경기만에 돌아왔다. 징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으며 ‘봐주기’ 의혹만 커지고 있다.
인천 구단은 오심에 대한 발표가 나온 이후 축구협회나 심판위원회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문서나 사과를 받지 못했다. 인천 관계자는 “구단 차원에서 재검토를 요청했고 담당자가 확인을 위해 심판위원회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이 너무 많아서 상황을 하나하나 다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설명했다.
한 구단 관계자 또한 “오심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결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응을 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서울도 이날 상황에 대해 항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일관성이 없는 상황과 불통의 자세로 판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고 피해는 구단과 팬들이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VAR과 관련된 오심을 깔끔하게 인정하며 오히려 박수를 받기도 했다. 리버풀과 토트넘의 경기에서 리버풀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됐으나 사실은 온사이드였다. 이에 프리미어리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심과 VOR룸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모두 공개하며 실수를 인정했다.
즉, 판정 논란은 어느 리그에서든 일어난다. 중요한 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방법이다. 지금과 같이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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