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난달 24일 그룹사 첫 PBV ‘ST1’ 출시
ST1을 PBV 대신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설명
다양한 사업 활용 강조…기아와 PBV 경쟁도 피해
현대자동차가 그룹사 최초로 목적기반차량(PBV) ST1을 출시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ST1을 ‘PBV’ 대신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그룹사인 기아가 올 1월 열린 ‘CES 2024’에서 PBV 모델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PBV 전략을 제시해온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왜 현대차는 비교적 익숙한 단어인 PBV 대신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비교적 어려운 개념으로 ST1을 설명하려 할까.
ST1, PBV라고 부를 수 없나?
현대차는 지난달 24일 ST1을 출시하며 ‘샤시캡(차량의 뼈대인 ’샤시‘와 승객실인 ’캡‘으로만 구성된 차량)을 기반으로 한 ST1은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형태로 확장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설명처럼 ST1은 차량 뒤에 실리는 적재 공간을 여러 형태로 설계할 수 있어 고객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차량을 만들 수 있다. 분명 PBV다.
민상기 현대차 PBV사업실장은 “물류사, 택시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차를 활용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도 활용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PBV 플랫폼의 속성”이라며 “사실 ST1은 그룹사에서 최초로 PBV 요소가 담긴 차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출시 이틀 전 열린 ‘ST1 신차 발표회’에서도 현대차는 ST1 카고, 카고 냉동 모델 외에도 적재 공간을 변형해 경찰 작전차, 응급 구조차, 스마트팜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컨셉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운전자의 상ㆍ하차가 잦은 물류용 모델 ‘카고’는 도어를 왼쪽에, 승객실 탑승자의 승차가 중요한 경찰 작전차·응급 구조차는 도어를 오른쪽에 다는 등 문의 위치가 다르기도 했다.
다양한 사업 활용 가능함을 강조…기아와 충돌도 피해
ST1이 설계 단계부터 목적에 따라 차량을 구성하는 ‘PBV’에 해당되는 차량은 분명하지만 현대차는 PBV대신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단어로 ST1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ST1이 PBV라는 것보다 ST1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T1의 신차 발표회에서 차량의 구성만큼 주요한 요소로 다뤄졌던 특징은 ‘데이터 오픈 API’다.
‘데이터 오픈 API’란 제작자 외에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API를 말합니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프로그래밍해 외부 개발자가 마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듯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ST1의 운영체제(OS)로 별도의 차량용 OS 대신 안드로이드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했다. 고객(또는 고객사)가 이미 운영 중인 다양한 앱을 차량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이날 예시로 선보인 차량관제시스템(FMS)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사는 FMS 시스템을 통해 GPS로 추적한 차량 위치 외에도 배터리 충전량, 운행 기록, 비상등 작동 상태, 냉동 장치 조작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해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그룹사인 기아의 PBV 정책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아는 2025년 PBV 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수년 전부터 PBV 전략에 대해 언급해왔다. 올 1월 CES 2024에서는 PV5 콘셉트 모델 외에도 PV7, PV1 콘셉트의 실물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처럼 기아가 PBV 개념을 선점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쳐온 만큼 현대차가 ST1을 ‘PBV’로만 정의할 경우 시장 충돌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ST1이 PBV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ST1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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