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50주 연속 상승하면서 수요자들이 서울 인근 수도권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경기, 인천 지역 전세매물도 급감했다. 수도권 지역의 신규 공급 역시 계속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전세값은 우상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경기 지역 전세매물은 3개월 전과 비교해 9.6%(4만629건→3만6747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천은 15.7%(8414건→7100건) 감소했다. 두 지역을 합쳐서 총 5196건의 매물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기, 인천 전세시장도 매물도 감소했다.
경기, 인천 지역 전세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경기 지역의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2월 102.8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뒤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인천은 지난 3월 101.9로 기준선을 넘은 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세수급지수(0~200)는 지역 내 아파트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높을수록 전세 매물 ‘공급 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매물 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50주 연속 올라 경기, 인천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다섯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지난달 29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49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소형 규모 위주로 전세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등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며 상승세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인천 지역과 관련해 서울 지역 수요의 이동뿐만 아니라 빌라 등 비아파트 수요도 아파트 수요로 이동해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전세가격 상승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중저가 단지의 매매 수요가 늘어 매매시장도 활성화될 가능성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경기, 인천 지역 전세 시장은 서울 전셋값 상승으로 밀려난 사람들도 있지만, 지역 내에서 빌라 등 다세대 주택 수요도 아파트 전세수요로 옮겨가는 상황”이라며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 중저가 단지 매매수요로 전환된다. 수도권 매매시장이 전체적으로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서울의 신규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기, 인천 지역 중에서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단지들은 전세 수요, 가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또한 최근 신축 선호 현상이 있어 서울 구축 전세 물량보다 경기, 인천의 신축 전세 물량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만 경기, 인천은 대규모 신규 분양이 예정돼 있고, 매물적체가 심해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수석위원은 “수도권 전세가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매매가격의 하락을 막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다만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시장을 견인하기까지는 아직 매매시장 회복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경기, 인천 지역은 공급이 과잉된 지역들도 있어서 서울보다 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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