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이재훈 기자 = 고려아연이 1500억원대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한 것에 대해 최대주주인 영풍이 반발하고 나섰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의 자기주식 매입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아연은 3일 주요사항보고서 공시를 통해 1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계획을 밝혔다. 목적은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 등이다. 하지만 자기주식 매입 후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지급 기준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매입한 자사주는 주주환원을 위해 대부분 소각하고, 일부는 내부 임직원 평가보상에 사용할 예정”며 “내부 임직원들의 업무동기를 유발하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 추진을 위한 우수 인재 유치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공시 후 설명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1500억 자기주식 매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취득한 자기 주식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를 이사회 또는 소위원회가 임의로 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에 따르면 스톡옵션의 경우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고, 일정한 주주에게는 부여가 불가능하며 행사 가액이 존재하는 등 법률상 통제가 가능하나,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임직원 평가 보상용’으로 자기 주식을 활용할 경우 이러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실제 최근 국내 일부 기업이 총수 일가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로 자기주식을 지급하면서 특정 주주의 지분율 확대 및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RSU 형태의 자기주식 지급이 총수 일가의 지분율 확대 및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올해 1분기부터 대기업의 RSU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최근 관련법령의 개정을 통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경우 최근 최대주주인 영풍이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는 자사주 매입 안건을 의결한 것은 시점 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고려아연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장에서 매입해 13년 이상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6%를 2022년 LG화학, 한화 등과 맞교환 또는 매각해 상호주를 형성한 바 있다.
영풍 관계자는 “주주환원(소각)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RSU와 같은 방식으로 현 경영진의 지분율 확대 및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악용될까 우려된다”며 ”정부와 국회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이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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