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늘고 ‘처음처럼’ 줄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눈길을 끈 것은 주류 사업 실적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년간 치열한 주류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군분투했는데요.
그 결과 올해 1분기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매출은 214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83억원을 기록하며 4.7% 늘었습니다. 매출 성장을 이끈 것은 ‘소주’와 ‘맥주’였습니다.
특히 소주 매출은 올 1분기 9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48억원(6.7%) 늘었습니다. 소주 매출 성장에는 ‘새로’가 한몫을 톡톡히 했습니다. 올 1분기 새로의 매출은 3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6억원 늘었습니다. 1년 새 34.2%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 의아한 것이 있습니다. 전체 소주 매출이 48억원 늘었는데, 새로의 매출이 96억원 늘었다는 점입니다. 새로 매출이 늘어난 만큼 전체 소주 매출도 함께 늘어야 맞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새로의 매출은 늘었지만 다른 제품의 매출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운영하는 소주 제품은 크게 새로와 ‘처음처럼’으로 나뉩니다. 처음처럼 제품에는 처음처럼 순, 처음처럼 진, 처음처럼 담금소주 등이 있는데요. 전체 소주 매출에서 새로 매출을 제외하면 처음처럼 제품군의 올 1분기 매출은 528억원으로 추정됩니다. 1년 전보다 39억원(6.9%) 감소한 것이죠.
카니발리제이션 우려, 현실이 됐다
새로는 ‘제로 슈거’ 트렌드에 맞춰 지난 2022년 9월 출시한 제품입니다. 기존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가 16.5도였다면, 새로는 16도로 낮추고 투명한 병 디자인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편으론, 새로의 출시 당시부터 기존 제품인 처음처럼과 ‘카니발리제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카니발리제이션’은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새로의 매출은 분기마다 늘었습니다. 반면 처음처럼 매출은 지난 2022년 4분기 780억원에서 계속 떨어져 지난해부터는 분기마다 500억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새로가 처음처럼의 파이를 일부 빼앗긴 했지만, 소주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했으니 롯데칠성음료 입장에선 만족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매출은 2021년 2286억원에서 새로가 출시된 2022년 2767억원, 2023년 3387억원으로 점차 늘었습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IR자료를 통해 자사 소주시장 점유율이 2021년 15.3%에서 지난해 말 20.7%로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처음처럼 리뉴얼 나섰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도 처음처럼의 매출 감소를 신경쓰고 있던 모양입니다. 최근 처음처럼을 리뉴얼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알코올 도수와 레시피는 기존대로 유지하면서도, 제조 공정을 업그레이드해 기존보다 알코올 향을 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욱 부드럽게 음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겁니다.
패키지도 바꿨습니다. ‘처음처럼’ 로고를 라벨 중앙에 배치하고, 기존보다 글씨 크기를 키웠습니다. 제품명을 더 잘 보이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더불어 광고모델인 배우 김지원과 구교환의 음성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해 제품 알리기에 나섰습니다.
한편, 제로슈거를 강조한 새로의 성장세가 이어질지도 주목됩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제로 슈거'(무설탕) 소주의 열량·당류가 일반 소주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제로 슈거 소주에서는 표시대로 당류가 검출되지 않은 게 당연한데, 일반 소주도 당류가 100㎖당 평균 0.12g으로 낮아 제로 슈거 소주로 표기할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로 슈거의 열량은 일반 소주에 비해 100㎖당 최소 2.6㎉에서 최대 14.7㎉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당류 함량에 따른 열량 차이가 아닌 알코올 도수에 따른 것이라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입니다. 제로슈거라고 하면 뭔가 열량이 일반 제품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크러시’에 집중한 효과
롯데칠성음료의 다음 성장 타깃 카테고리는 ‘맥주’입니다. 맥주는 올 1분기 실적에서 소주보다 더 큰 매출 신장률을 보였는데요. 올 1분기 맥주 매출은 2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3%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제품 ‘크러시’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크러시는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를 앞세워 홍보 중입니다.
기존 맥주 제품 ‘클라우드’로는 맥주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신제품을 내놓은 만큼 맥주에서는 카니발리제이션보다는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맥주 신제품 ‘크러시’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롯데칠성음료는 소주와 맥주에서 제살 깎아먹기 대신 점유율 확대에 성공할까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고 선언한 롯데칠성음료의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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