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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기·성희롱·폭언까지…공무원 ‘악성민원’에 칼 빼 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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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개최된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악성민원·위법행위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숨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내놨다.

3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는 전날 민원공무원을 보다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민원인이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로 민원공무원과 민원실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다른 민원인들의 민원 처리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지난 2020년 4만6079건, 지난 2021년 5만1883건 등 매년 증가했다가 지난 2022년 4만1559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대부분이었으며 협박, 성희롱, 폭행, 기물파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3월 김포시 공무원이 도로 보수 공사 후 온라인에서 신상털기 등 괴롭힘과 다수의 민원 전화를 호소하다가 사망한 사건처럼 악성민원으로 인해 민원공무원이 입는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어 이를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됐다.

사회적인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민 23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2%가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으로부터 민원공무원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민원공무원, 공무원 노조 등 민원 현장의 의견을 적극 청취한 데 이어 범정부 관계기관 TF를 운영해 여러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해 이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해당 종합대책에는 △악성민원 사전 예방 및 조기 차단 △악성민원 대응 및 피해공무원 보호 △민원처리 개선 및 서비스 품질 제고 △민원공무원 사기진작 등이 포함됐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먼저 악성민원 개념을 정립하고 유형별 대응방안을 강구한다. 이전에는 악성민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유형이 세분화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 어디까지가 예방, 대응이 필요한 악성민원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해 악성민원을 폭언, 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와 공무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악성민원의 유형을 세분화해 대응방안을 각급 기관에 안내한다.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기관별로 통화 1회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할 경우 이 또한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와 함께 현재 민간에서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민원통화를 시작할 때부터 내용 전체를 녹음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온라인 민원창구를 통해 단시간에 대량의 민원을 신청해 업무처리에 의도적으로 큰 지장을 준 경우 시스템 이용에 일시적인 제한을 두고, 방문의 경우에도 사전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시간을 설정한다.

통화와 마찬가지로 문서로 신청된 민원에 욕설, 협박, 성희롱 등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반복 제기됐을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보완해 동일한 내용인지 판단할 때 민원취지, 배경의 유사성, 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요청되는 정보공개 청구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한다.

또한 현재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무원에 대한 개인정보(성명 등)가 공개적으로 게재돼 있어 개인정보 침해, 온라인 괴롭힘의 원인이 되고 있음에 따라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상황에 맞게 조정하도록 권고한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강화 대책 합동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강화 대책 합동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악성민원이 발생하면 기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피해공무원상담 등 회복과 치유를 위한 다양한 지원 수단도 지원된다.

악성민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응대 또는 법적조치, 피해공무원 보호를 위해 각 기관마다 전담 대응팀을 두도록 권장하고, 악성민원 대응·처리 관련 민원공무원 상담과 악성민원 해결을 위한 현장조사 등을 담당하는 범정부 대응팀을 운영해 기관별 대응팀을 지원한다.

여기에 민원실에 비상벨을 설치, 점검해 민원실과 경찰 간의 연락망을 강화하고 위법행위로 공무원 피해가 발생한 경우 법 적용을 엄격히 적용한다. 

악성민원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6일 이내의 공무상 병가 사유에 명시하고 피해공무원을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제외하고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지침을 고친다.

더불어 피해공무원이 범정부 전담 대응팀에 즉각적으로 상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연락체계(핫라인)를 신설하며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지속 확충하고 민원공무원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민원처리 업무 여건 개선과 전문성 강화도 이뤄진다. 민원창구에는 경력자를 우선 배치하도록 하고,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해 퇴직공무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민원분야에 적극 활용한다.

신규자 기본교육 시 일반적 민원응대 교육과 함께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체험형 교육을 도입해 현장대응 역량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민원공무원의 사기진작에 대한 대책도 나왔다. 민원공무원이 승진 관련한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민원업무를 직무특성 관련 가점항목으로 명시하고 난이도, 처리량 등 담당한 민원업무 특성에 따라 민원수당 가산금을 추가로 부여한다.

민원공무원이 악성민원 대응 과정에서 징계요구된 경우 민원인의 위법행위 여부 등 경위를 참작하고, 악성민원으로 피해를 입은 공무원은 필수 보직기간 내에도 전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민원처리법’, ‘정보공개법’ 등 개정이 필요한 법률은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고, 월별·분기별로 추진현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를 두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은 현장에서 요구했던 내용이 반영된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인력, 예산과 관련된 내용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전공노는 전날 성명을 통해 “악성민원을 방지하고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작은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인력을 감축하고, 부자감세·경기불황으로 세수가 감소해 예산이 축소된 상황에서 민원부서 인력충원이나 전담대응팀 구성은 먼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재정 확대를 촉구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악성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점을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대책에서는 기관장이나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 등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년 신설되는 정책들로 인해 보조금 지급, 인·허가, 행정단속 등 민원 업무는 늘고 있는데, 이를 담당할 인력이 제때 충원되지 못하여 민원 담당 공무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무원 인력 충원과 제도를 뒷받침할 예산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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