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제기관들이 대표적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과 관련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이런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기술 사용을 확대하고 있어 국제기관의 감시 체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미국, 영국, 노르웨이, 독일 등 주요국 에너지 기업들이 석유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위성 감시로부터 숨길 수 있는 ‘폐쇄 연소(enclosed flaring)’ 기술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소(flaring)는 석유 시추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천연가스를 안전상의 이유로 태워 없애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폐쇄된 장소에서 시행해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구성물질 특성상 연소가 불완전하게 진행되면 메탄이 대량 배출된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WB), 유엔환경계획(UNEP), 환경보호기금(EDF) 등 국제기관들인 각국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메탄을 배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위성을 통한 감시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엔환경계획은 2021년 국제 메탄 배출관측소(IMEO)를 출범했고 2023년 1월에는 기업과 정부들의 메탄 감시 위성 정보들을 연동한 ‘메탄 경보 및 알림체계(MARS)를 상용화했다.
환경보호기금은 지난달 뉴질랜드 우주국, 하버드 대학교, 구글 등과 협업해 신형 감시 장비를 탑재한 ‘메탄샛(methane SAT)’을 궤도에 올리기도 했다.
메탄샛은 구글에서 제공한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해 기존 위성들보다 메탄 배출 정보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기존 메탄 감시 위성들보다 뛰어나다.
환경보호기금은 최종적으로 메탄샛을 다수 배치해 세계 50개 주요 석유 채굴 지역에서 배출되는 메탄 정보를 수집해 공개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계은행은 2015년부터 제로 루틴 플레어링(ZRF)를 설립해 기업들의 천연가스 연소를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ZRF가 공개한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플레어링 횟수는 2021년보다 3%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가디언은 이런 성과가 실제 연소 빈도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이를 숨길 수 있는 폐쇄 연소 기술이 도입되며 생긴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폐쇄 연소 기술이란 구조물을 설치해 그 내부에서 연소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애초 인근 지역에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팀 도티 전 텍사스 환경위원회 위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폐쇄 연소는 일반적 연소와 거의 똑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며 “차이점이라면 연소 과정을 바깥에서 관측할 수 없다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플레어링이 구조물 내부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포집 장비를 설치하면 충분히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가디언에 따르면 실제로 포집 조치를 시행한 기업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티 위원은 “개방된 환경에서 연소시키는 것보다 온실가스가 덜 나올 수는 있겠으나 구조적으로 봤을 때 폐쇄 연소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폐쇄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을 관측할 수 있는 ‘가시적외선 이미지 센서(VIIRS)’를 탑재한 위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배출량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비영리단체 어스워크가 동원한 광학 가스 이미지 카메라를 통해 교차검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어스워크가 검증을 진행한 시설은 미국 에너지 기업 ‘펄크럼 에너지 캐피털’이 콜로라도주에 소유한 폐쇄 연소 설비였다.
풀크럼 에너지 캐피털은 가디언의 사실 확인 요청에 “플레어링 과정에서 나온 온실가스는 모두 제거됐다”는 대답했다. 폐쇄 연소 과정을 거쳐도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에릭 코트 미시간대학교 교수는 가디언에 “플레어링을 폐쇄된 곳에서 진행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볼 수도 없고 관련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용하는 행위”라며 “이런 행각은 우주에 구축한 감시 체계가 더 이상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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