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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대표 사례 배상 기준안 나온다…금감원 분조위 ‘초읽기’

데일리안 조회수  

13일 개최…대표 사례 5개 뽑아 조정

2019년 DLF 배상 비율 넘기 힘들 듯

판매사 대상 과징금 규모도 윤곽 전망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투자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투자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의 주요 판매사에 대한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사 제재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이달 중으로 은행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대표 사례에 대한 조정도 진행한다. 당국 차원의 배상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각 은행별 자율 배상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 이달 중순 분조위 개최...배상비율 ±55% 기준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3일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주요 홍콩 H지수 ELS 판매사에 대한 분조위를 열기로 결정하고, 이를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하루 만에 5개사에 대한 분조위가 열리기 때문에 그 결과는 이튿날인 이번 달 14일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각 은행별로 대표 사례 1개씩을 분조위에 회부한다. 판매 액수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분조위는 금감원의 자문기구로, 금감원 내·외부인사가 위원으로 참석해 조정 결정을 내린다. 금감원이 지난 3월 공개한 배상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별 대표 사례에 대해 구체적 배상 비율을 책정하고,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한다. 분쟁 조정 당사자들이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하면 법원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초미의 관심사는 실제 배상 비율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 손실액에 대해 투자자별로 0~100%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은행에 대해서는 25~50% 수준의 기본 배상비율을 적용되고 개별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55% 수준의 배상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

◆ 과거 DLF 분조위 결과 살펴보니

배상 비율은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사태에 준하는 수준이다.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 배상안을 공개하면서 “2019년 DLF 불완전판매 사태보다 상품 특성, 소비자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다”며 “대부분 투자자가 20~60% 사이 배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분조위는 접수된 우리·하나은행 사례 중 대표 사건 6건을 선정해 배상 비율을 결정하고, 6건 모두 설명의무 위반과 적합성 원칙 위반이 동반된 불완전판매로 판정했다.

6건 사례의 배상비율을 살펴보면 분조위는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79세)의 치매환자에 80% 배상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만 강조한 사례 75% ▲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전성만 강조한 사례에 40%를 배상했다.

이어 ▲예금상품 요청 고객에게 기초자산(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을 잘못 설명한 사례 65% ▲고객이 기초자산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도 설명없이 판매한 사례 55%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 없이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한 사례에 40% 배상 결정을 내렸다.


◆ 온도차는 여전...CEO제재 어려운 이유

금융권은 분조위 판단이 대표 사례에 해당하는 만큼, 각 사의 자율배상이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조위 결정문은 상세한 배상 비율 기준이 나오기 때문에 참고자료로 활용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단 투자자들이 수용할 지가 관건이다. 배상안과 과거 DLF 사례를 참고하면, 배상 비율이 60%를 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투자자들은 전액 보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자율 배상을 결정하고 일부 고객들과 협의를 시작했지만, 배상 비율이 생각보다 낮아 자율 배상이 완료된 사례는 수십건에 불과하다. 홍콩 ELS 판매 계좌는 39만6000개(잔액 18조8000억원) 수준이다.

분조위 결과가 공개되면 과징금 규모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검사를 완료한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 등 11개 판매사에 대한 검사의견서를 발송했다. 검사의견서에는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매사의 위법 사항이 포함됐으며, 판매사들은 2~3주 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근거해 은행 증권사 이익에 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은행·증권사 CEO에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했던 2021년 지배구조법에는 내부통제 ‘마련’ 의무는 있지만 ‘준수’ 의무까지는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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