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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전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이다. 지난해 4세대 HBM(HBM3) 경쟁에서는 AI 반도체 1위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SK하이닉스가 승리했지만, 올해는 삼성전자가 12단 5세대 HBM(HBM3E)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원조 메모리 1위’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분전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HBM과 함께 3D D램의 구체적인 양산 시점을 먼저 꺼내들면서 시장 선점을 예고하기도 했다. 과연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는 누가 웃게 될까.
SK하이닉스가 6세대 HBM(HBM4)를 내년에 양산한다. 기존 생산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들의 요구 사항에 맞춰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 왔는데, 내년에 12단 납품을 확정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HBM은 올해 생산할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됐고 내년 물량까지 대부분 판매될 만큼 시장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일 곽 CEO는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에 HBM4를 양산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에 HBM4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했으나 최근 1년이나 생산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로드맵을 짠 것이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12단 HBM은 2025년에 본격 생산하고 16단 제품을 2026년에 만들겠다는 로드맵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가 HBM4 생산 시점을 1년 앞당긴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고객사가 더욱 발전된 형태의 HBM을 원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기존 HBM보다 더 큰 용량과 속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굴지의 AI 반도체 제조사와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자체 칩 개발에 나선 ‘빅테크’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곽 CEO는 “올해 이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파라미터 수의 증가, AI 서비스 공급자 확대 등의 요인으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작년보다 더 수요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추격도 의식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HBM3을 엔비디아에 단독 공급할 정도로 독보적인 시장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내년 HBM4를 양산하겠다며 SK하이닉스를 바짝 쫓기 시작했고 회사는 이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로드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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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CEO는 현재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공고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곽 사장은 “현재 회사의 HBM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이미 완판(솔드아웃)이고, 내년 물량도 대부분 완판됐다”고 강조했다. 또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은 5월에 시제품을 제공해 3분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매출이 130억~170억 달러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네트워킹’을 꼽기도 했다. 곽 CEO는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 협력사와 긴밀하게 구축돼 있는 것이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곽 CEO는 세계적인 HBM 공급량 확대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공급 과잉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그는 “올해 늘어나는 HBM의 공급 능력은 고객과 협의를 완료한 상태에서 고객 수요에 맞춰서 공급량을 증가 시키는 것”이라며 “HBM 시장은 고객의 수요를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성격이 강해서 과잉 투자를 억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독자 HBM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곽 CEO와 함께 기자 간담회에 나선 최우진 패키징&테스트(P&T) 담당은 “6세대 HBM(HBM4)에서도 MR-MUF를 적용해 16단 제품을 구현할 예정이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역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외 AI용 메모리 솔루션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 사장은 특히 낸드 사업에 대해 “기업용 SSD에서 업계 최고의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고용량 기업용 SSD는 자회사 솔리다임의 QLC(쿼드러플레벨셀) 60TB 제품이 준비돼 있고, SK하이닉스에서도 QLC 기반 60TB, 내년에는 300TB 제품까지 준비하면서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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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데이터 저장 공간을 수직으로 쌓는 3D D램을 2030년까지 상용화해 D램 기술 주도권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또 올해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 누적 매출액 1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는 2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D램 기술 초격차 유지를 위해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에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를 활용하는 새로운 구조를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2030년에 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3D D램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셀을 수평 방향 외에도 수직으로 쌓아 동일한 면적 내 셀 집적도를 높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기존 수평 구조의 D램이 기술적 장벽에 직면한 상황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AI 컴퓨팅에 필요한 메모리 성능은 급격히 높아지는데 2D 패러다임으로는 미세화에 한계가 있어 집적도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수직 적층 기술을 선도해 D램 시장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상무는 “최근 몇 년 메모리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자사는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자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D램 시장의 41%, 낸드플래시는 32%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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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모리 업계의 화두인 HBM에 대해서는 높이에서의 강점을 강조했다. 특히 차세대 HBM인 HBM3E(5세대 HBM)에 대해 김 상무는 “삼성전자는 지난달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고용량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도 2분기 내 양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삼성전자는 성장하는 생성형 AI용 수요 대응을 위해 HBM 생산 능력 확대와 함께 공급을 지속 늘려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HBM외 여타 AI 메모리 솔루션에 대해서도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기존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대비 고대역폭을 가지고 있어 기기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LLW(Low Latency Wide I/O)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컴퓨터익스프레스링크(CXL) 메모리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도 제품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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