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는 도입 당시와 가족 구조, 사회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국민 법 감정과 동떨이진 제도가 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헌재가 최근 형제자매·패륜 가족까지 유류분 청구권을 획일적으로 인정한 부분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이같은 문제 제기를 일부 수용했다.
유류분 제도의 가장 큰 기능은 상속인 중 가까운 사람에 한해 상속 재산에 대한 기대권을 일정 부분 보장해 준다는 점이다. 농경시대에 가족이 다같이 농사일 등에 전념하며 재산을 꾸렸음에도 장남 중심 증여, 성차별 등으로 상속에서 배제된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산(家産)’에 대한 의미가 옅어진 최근 유류분 제도의 이같은 의의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형제자매까지 유류분으로 참전하지 못하게 막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산업화 시대에는 이 기대권에 대한 보호 가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 역시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의 의사를 제한해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짚었다.
일명 ‘구하라법’과 관련한 판단도 나왔다. 헌재는 유류분 상실 사유로 별도 규정하지 않은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류분은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을 확보해 주는 개념으로 상속권을 제한하는 구하라법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유왕현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다만 구하라법으로 상속권이 배제되면 후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때 후순위 상속인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서 유류분의 침해를 주장할 수 있었으나, 이번 헌재 결정으로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상속재산분할 소송을 통해서만 인정됐던 ‘기여분’을 유류분 소송에서도 따질 수 있게 된다. 종전에는 가정법원이 심리하는 상속재산 분할 소송에서만 상속인들 간의 기여분을 따졌다. 상속 소송 결과가 법이 정한 유류분에 못미칠 경우 민사법원이 심리하는 유류분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상속재산분할 소송은 상속 개시 당시, 즉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당시 피상속인 명의로 된 재산이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있다. 만약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거치지 않고 유류분 소송을 하게 된다면 법정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을 기회가 사라진다.
엄 변호사는 “기여분은 가정법원에 의해 인정된 권리로 특별수익(피상속인이 생전에 공동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과 달리 유류분 소송을 하더라도 침해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상속 개시 전에 모든 재산을 증여하고 바로 유류분 소송을 하게 되면 기여분을 인정받지 못하고 유류분 심판 대상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집을 아버지 명의로 사들이거나 퇴사 후 간병에 전념하는 등 피상속인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하거나 간병·간호한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위자료 소송의 기여분 인정 기준을 상속재판 분할 소송의 판례를 그대로 따를 것인지, 새로운 규정을 만들 것인지는 입법에 달려있다. 헌재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판단을 내렸지만,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법 개정을 위한 유예 기간을 설정하고 이후에 효력을 잃도록 하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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