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을 확보해, AI 시대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준비된 기업이자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한 말이다. SK하이닉스가 이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곽 사장은 “올해 HBM 생산 물량이 이미 솔드아웃(완판)이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 반도체 선도기업 위상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AI 반도체 경쟁…HBM 속도전
SK하이닉스는 이날 최신 HBM 제품인 ‘HBM3E 12단’의 양산 시점을 앞당겨 발표했다. 곽 사장은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올해 3분기 HBM3E 12단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내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0일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현재 HBM3E 12단 양산 시점을 2분기로 제시하자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현재 HBM3E 12단 제품 샘플을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 내 양산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환 D램개발담당 부사장은 “HBM3E의 경우 최첨단 1b 나노가 적용된 높은 기술 완성도와 최고 수준 생산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램프업을 진행 중”이라며 “HBM3E 12단은 고객이 요구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최고 품질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김경륜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상무 기고문을 통해 “2024년까지 총 HBM 매출이 1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곽 사장은 “같은 기간(2016년~2024년) SK하이닉스의 누적 매출은 100억 달러 중반대(130억~170억 달러)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듯 HBM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해 곽 사장은 “국내·외 경쟁사 모두가 높은 기술 역량 갖고 있고,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우리도 자만하지 않고 페이스에 맞춰서 고객 니즈에 맞출 수 있는 제품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부사장도 “경쟁사들도 이미 기술력이 높고 인적·물적 자원이 충분해 잘할 것”이라며 “공급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고객 입장에서도 HBM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HBM의 안정적인 성장의 선순환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HBM, 성장은 이제 시작
이날 SK하이닉스는 향후 HBM 시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SK하이닉스는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의 비중은 지난해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에서 2028년 61%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AI는 데이터센터 중심이지만, 향후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등 온디바이스 AI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에 이어 기존 제품을 개선·발전시킨 차세대 제품도 착실히 준비할 계획이다. 특히 HBM3E를 이을 HBM4의 경우 12단 제품을 기존 계획(2026년)보다 앞당겨 2025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HBM4 16단 제품은 2026년 양산 목표다.
김주선 AI 인프라 담당 사장은 “HBM4와 4E, LPDDR6, 300TB SSD뿐만 아니라 CXL 풀드 메모리 솔루션, PIM 등 혁신적인 메모리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글로벌 탑티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파트너들과 원팀 협업해 최고의 제품을 적시 개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HBM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에 대해 곽 사장은 “올해 늘어나는 HBM 공급 능력은 고객과 협의를 완료한 상태에서 고객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HBM 시장이랑 기존과 다른 측면이 있어 고객 수요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측면이 강하고, 과잉 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4 이후가 되면 커스터마이징 니즈가 증가해 이런 흐름이 트렌드화 되면 결국 수주형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과잉공급에 대한 리스크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AI 흐름 탄 낸드, 성장 기대감↑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한 낸드플래시 사업 역시 올해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올 1분기 낸드 사업은 수요 약세 환경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인 eSSD(기업용데이터저장장치)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안현 낸드솔루션개발담당 부사장은 “1분기부터 AI 서버 스토리지향 고용량 eSSD 수요가 본격화돼, 시장 수요는 지난 2년간의 다운턴을 극복하고 성장 전환됐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가격 상승이 현재까지 잘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소비 수요가 본격 회복되면 이익 개선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내년 PC, 모바일, 온디바이스 AI향 제품 채용이 늘어나 낸드 수요가 확대되면 큰 폭의 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안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모바일 UFS(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와 PC향 SSD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서버용 스토리지인 eSSD에서도 PCIe 5세대 제품의 주요 고객 인증을 작년 이미 확보했다”며 “급성장하고 있는 고용량 SSD 수요에 대해서는 솔리다임의 세계 유일 QLC(쿼트러플레벨셀) 기반 고용량 60TB(테라바이트) eSSD가 준비돼 있어 모든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고 자신했다.
성장 위한 투자도 지속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AI 메모리 수요 적기 대응하기 위한 투자도 본격화했다. 국내에서는 청주 M15X와 용인 클러스터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미국 애리조나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건설할 신규 팹 M15X는 지난달부터 공사에 돌입했으며, 내년 11월 준공 후 2026년 3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팹 4기를 순차적으로 구축한다. 첫 팹은 내년 3월 공사에 착수해 2027년 5월 준공 예정이다. 애리조나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게 된다.
천문학적 투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 자금 조달에도 무리가 없다는 게 SK하이닉스의 주장이다. 김우현 부사장(CFO, 최고재무책임자)은 “앞으로 시황 개선에 따라 현금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기에 필수 투자는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중장기 예상되는 투자는 자사의 현금 창출 수준을 감안해 집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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