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조지아 중앙은행과 패널 토론에서 “경제적 성과와 높은 성장, 낮은 인플레이션을 낸 조지아 중앙은행이 부럽고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가 3%대에 머물러 통화정책 전환(피벗)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조지아 물가상승률이 2%대 미만인 데 대해 중앙은행 총재로서 부러움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2일(현지시간) 이 총재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핀테크 관련 세션 토론자로 참석해 “조지아가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어떤 기술이든지 준비할 수 있도록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확보해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Ideas for Collaborative FinTech Community in The Region)을 주제로 토론했다. 카자흐스탄·아제르반이잔·조지아의 핀테크 허브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며 제언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개발과 국제결제은행(BIS)와 진행하는 국가 간 지급결제 인프라 개선 연구인 아고라(Agorá)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국가 간 지급결제 규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비기축통화 국가인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가속화됐다”고 했다. 이어 “비은행과 은행권의 상호의존성이 깊게 얽히면서 규제기관인 우리에겐 많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에서 보듯이 급속한 인출 속도 속에서 사이 과거와 달리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큰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이 총재는 국가 간 지급결제 규제는 20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한은이 BIS, 5개 기축통화국 등 7개국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민간·공공 협력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와 예금 토큰을 활용해 통화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그간 각국이 진행해온 국내 사례 중심의 실험을 넘어 해외송금 등 국가 간 지급결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 총재는 “토큰화 예금은 규제를 받은 은행들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라면서 “은행은 토큰화 예금을 발행할 수 있고 중앙은행은 범용 CBDC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계층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비은행 기관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일찍 시범적으로 CBDC를 시행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이 총재, 소프넨두 모한티(Sopnendu Mohanty) 싱가포르 통화청 최고 핀테크 책임자, 나티아 터나바(Natia Turnava) 조지아 중앙은행 부총재, 타마즈 조가즈(Tamaz Georgadze) 레이신 최고경영자(CEO), 시모나스 크렙스타(Simonas Krėpšta) 리투아니아 중앙은행 금통위원이 참석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오는 5일까지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개최되는 제57차 아시아 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역내 주요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ADB 및 글로벌 투자은행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하면서 아태지역과 글로벌 경제 상황과 정책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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