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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부진에 빅파마 꿈도 휘청…”오아시스만 찾다 OCI는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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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부진에 빅파마 꿈도 휘청…'오아시스만 찾다 OCI는 진퇴양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3월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열린 한미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올 3월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이 최종 무산된 직후 열린 OCI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제약·바이오사와 협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의 미래 산업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제약사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회장의 ‘대형 제약사(빅파마) 드림’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본업의 성장이 위태한 상황에서 빅파마로서의 비전이 다소 무리한 목표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회장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 2022년 지분 10.9%를 확보하며 직접 경영에 나선 부광약품은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장의 제약·바이오 경영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본업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과 OCI그룹이 오아시스를 찾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해석도 한다.

◇태양광에 반도체까지…영업이익 반토막=OCI홀딩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8650억 원, 영업이익 995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 증가(전년 동기 대비)했지만 영업이익은 51%나 줄었다. 태양광·반도체 폴리실리콘이 부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M은 1분기 영업이익이 374억 원으로 1년 전(1496억 원)보다 75%가 감소했다. OCI그룹이 반도체 소재 중심 회사로 키우겠다며 지난해 5월 지주사 전환과 인적 분할을 통해 신설한 OCI는 1분기 반도체 부문(베이직 케미칼) 영업이익이 40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둔 9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황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태양광 밸류체인 중 가장 앞단에 있는 폴리실리콘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역사상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공급과잉 우려가 커져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신기술로 뛰어넘지 않는다면 본업의 회복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본업부진에 빅파마 꿈도 휘청…'오아시스만 찾다 OCI는 진퇴양난'

◇빅파마 꿈 키우지만…성적은 낙제=이 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선 2013년은 OCI가 33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영업이익 1조 원을 웃돌았던 주력 사업은 그렇게 언제든 고꾸라질 수 있는 불안정한 사업이 됐다. OCI SNF(수처리 화학약품)와 OCI머티리얼즈(특수가스) 등 화학 분야 자회사를 매각하며 태양광 사업 확대에 의지를 나타냈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OCI는 2019년(1806억 원)과 2020년(861억 원)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신사업에 대한 갈증은 더 커졌고 이 회장이 우물을 찾은 곳이 제약·바이오다. 2018년 부광약품과 합작사(JV) 비앤오바이오 설립을 시작으로 췌장암 항암제 개발 벤처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미국 바이오 벤처 에이디셋, 차세대 항암신약 개발사인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등 투자를 이어갔다.

이종 산업에 대한 경험 부족은 투자 실패와 적자 행진이라는 결과물로 돌아왔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35억 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89억 원을 들여 매입한 에이디셋의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17억 원으로 80% 넘게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앤오바이오는 설립 5년 만인 지난해 청산했다.

◇단독대표로 나섰지만돌파구 없는 부광약품=직접 경영까지 했던 부광약품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OCI의 품에 안긴 2022년에는 창립(1960년)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2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는 손실 폭이 375억 원으로 커졌다. 이 회장이 2023년 11월 실적 개선을 위해 단독 대표에 올랐지만 부광약품은 올해 1분기에도 16억 28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돌파구를 못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한미약품과의 통합은 실패했고 OCI홀딩스 출신 이제영 대표와 공동으로 부광약품을 이끌어가기로 했던 우기석 대표는 통합 무산 직후 사임했다. 우 대표는 제약 바이오 업계 영업통으로 이 회장이 한미와의 딜이 무산된 후에도 함께 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한 인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 대표는 스스로 사임했고 결국 제약 경험이 없는 이 대표가 경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OCI홀딩스 감사실과 전략기획실 경력을 갖고 있다. 제약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그간의 성과를 볼 때 이 회장 역시 피할 수 없다.

더욱이 OCI그룹이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OCI홀딩스는 부광약품의 지분 19%를 내년 5월까지 추가 매입해야 한다. 이에 드는 비용만 대략 1000억 원이다. 업계 일각에서 OCI홀딩스가 부광약품 경영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에 집착하는 이 회장에 대해 증권가의 시선도 차갑다. 기업에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내놓는 증권가 리포트에서조차 “(이 회장은) 바이오에 대한 마음을 꺾고 여유 자금이 또 바이오로 향해선 안 된다(이베스트투자증권)”는 경고를 내놨다. 본업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부진한 바이오 사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신기루를 쫓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면서 “이쯤이면 충분히 실패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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