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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대 앞 상권 공실 몸살…상인들 “버티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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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 등으로 늘어난 공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박주연 기자

2일 오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1 일대.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바로 맞은편 3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다. 한 점포 건너 3~4개 점포가 연달아 ‘임대문의’ 현수막을 줄줄이 걸어놨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미샤·클리오 등 K-뷰티 매장도 모두 자리를 뺐다. 정문부터 신촌역까지 이어지는 250여 m 메인 거리인 ‘이화여대길’의 1층 공실만 세었을 때 57개 점포 중 빈 점포는 33개였다.

이대 정문 앞에서 만난 이대생 김모씨(22)는 “이대 캠퍼스 생활이 꿈이었어서 열심히 공부해 바라던 대학에 입학했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정문에서부터 빈 상가들만 보이고 막상 즐길게 마땅치 않다”며 “공강 때 학교 근처 카페나 음식점을 이용하긴 하지만 폐건물이 많다보니 주로 망원동이나 성수동 쪽으로 이동해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교문을 오가는 대학생과 외국인 관광객은 이전보다 늘어났지만 인근 대학가 상권은 아직 얼어붙은 모양새다. 이화여대길 대로변에서 이화여대7길로 진입하는 골목마다 5개 점포가 이어지는 한 블록 전체가 공실이기도 했다. 그 다음 블록도, 왼쪽 블록도 어느 방향으로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초토화된 골목을 지나가는 한 남학생은 창문에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X자가 그려진 건물을 바라보며 “여기 완전 폐가촌 같네”라고 옆 친구에게 말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이대 상권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나는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물가 기조에 MZ세대들의 소비 행태도 온라인 위주로 바뀌면서 이대 앞 오프라인 상권은 더욱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소규모상가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신촌·이대 공실률은 올해 1분기 18.3%로 지난해 1분기 12.3%보다 6% 증가했다. 신촌·이대지역의 공실률은 올해 1분기 서울 전체 공실률(5.7%)의 3배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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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2층짜리 건물이 텅 빈채 방치 돼 있다. /박주연 기자

이대 주변 상권은 서울을 대표하는 패션과 미용의 중심지였다. 1990년대까지 종로와 명동과 함께 ‘강북 3대 상권’으로 꼽히던 시절도 있었고, 1999년 스타벅스를 비롯해 미샤·미스터피자 등 인기 업체가 이대 앞에 1호점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가 상권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 주체인 학생들의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114R 수석연구원은 “물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아직 돈을 벌지 않는 학생들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어 대학가 상권이 제일 먼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최저가로 물건을 구매하는 경향이 늘었고, 이 같은 소비 추세와 이대 상권은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비 트렌드가 바뀐 학생들의 변화에 상권이 따라가지 못해 시들해진 점도 한 몫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MZ세대의 음식 문화와 소비 패턴이 바뀌었는데 상권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다른 곳으로 전이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테마를 구상해내지 않는 한 이대 인근 상권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학 상권을 대체할 만한 신흥 상권의 등장에 학생들은 홍대나 신촌 보다는 망원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망원역의 공실률은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계속 0%다.

명동은 2022년 1분기 공실률이 42.1%까지 대폭 증가했다가, 올해 1분기 공실률은 1.8%까지 떨어졌다. 명동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동안 공실이 늘어났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상권이 일부 회복되는 추세다.

이대 인근 남아있는 상인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12년 동안 이대 이화여대7길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해왔다는 성모씨(42)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80~100명씩 오던 손님이 이제는 10명도 오지 않는다”며 “급하게 면접 잡힌 학생 1~2명이 어쩌다 한번 구두 사러 오는 수준이어서 영업 시간도 단축한지 3년 됐다. 매출이 크게 떨어져 마음 고생이 큰 상황이라 언제 까지 버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사주 카페를 10년 넘게 운영해왔다는 박모씨는 “서울시가 2013년 이 일대를 의류 및 잡화, 이·미용원으로 업종을 제한해 이 사단이 난 것 같다”며 “상권은 나 혼자만 장사가 잘 된다고 상권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잘 되어야 활기가 생기는데, 우리 가게도 겨우 버티는 중인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4월 상권 회복을 위해 그동안 의류·잡화 소매점과 이·미용원만 입점하도록 했던 업종 규제를 식당·학원·병원 등 다양한 가게가 들어올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이로 인해 상인들의 입점 기대는 높아졌지만, 아직 폐업한 의류업장과 미용실 등은 공실로 남아 있을 뿐 상권 재활성화 효과는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신촌·이대지역 활성화를 위해 계획 수립에 대한 용역 중”이라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상권을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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