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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딜레마’ 빠진 한국…화학강국인데 규제 앞장서야

에너지경제 조회수  

가득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법적 구속력을 가진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협약이 올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회의에서 최종 마련될 예정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책임과 의무는 막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도 매우 발달해 있다. 규제 강화와 산업보호를 동시에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2일 환경부와 환경공단의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은 2018년 1억6283만톤, 2019년 1억8149만톤, 2020년 1억9546만톤, 2021년 1억9738만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억8645만톤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일반가정과 사업장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계폐기물 양은 2045만톤, 2116만톤, 2254만톤, 2270만톤, 2304만톤으로 5년간 계속 증가했다.

건설폐기물은 2020년 8644만톤 정점으로 2022년 7618만톤으로 감소했고,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도 2021년 8490만톤 정점으로 2022년 8106만톤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건설폐기물과 주로 제조공장에서 나오는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은 관리가 쉽고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폐기물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계폐기물은 관리도 쉽지 않고 소상공인 보호 등의 이유로 규제도 느슨하게 유지되고 있어 폐기물은 갈수록 늘고 있다.

생활계폐기물 중에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플라스틱이다.

생활계폐기물의 연도별 발생량 변화.

▲생활계폐기물의 연도별 발생량 변화. 자료=환경부 환경공단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자료=환경부 환경공단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생활계폐기물 연도별 성상 변화. 자료=환경부 환경공단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2022년 생활계폐기물 총 배출량 2304만톤 가운데 폐합성수지(플라스틱)은 혼합배출 228만톤, 분리배출 308만톤 등 총 536만톤(23.3%)이고, 이어 폐지류는 혼합배출 164만톤, 분리배출 129만톤 등 총 293만톤(12.7%)이다. 폐유리류와 폐금속류는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 늘고 있는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 배출량은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에 걸고 있는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선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우리나라는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상위원회(INC)의 마지막 회의인 5차 회의를 개최한다. 5차 회의에서는 1차부터 4차까지 논의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제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어 내년 6월 5일 세계환경의날 행사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의 주제는 이미 \’플라스틱 오염 종식\’으로 정해졌다.

앞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강력한 협력관계가 환경 분야 다자협력의 근간”이라며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2025년 환경의 날을 유치한 한국 측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플라스틱 협약 체결이 예정된 2025년은 지구 환경 보전의 분수령”이라며 “우리나라는 2025년 \’세계 환경의 날\’ 개최국으로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부터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환경업계는 물론 산업계까지 동의하고 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일회용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그 안에서 재활용률을 높이는 게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는 최선을 방법이라고 본다”며 “생분해 플라스틱 등 대체 원료 방식은 쉽게 쓰고 버리는 생활습관을 유지시킬 수 있고, 매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4번째 합성수지 생산국이다. 플라스틱 규제 강화는 국내 산업계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난관에 빠지게 됐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성수지 생산량은 1553만톤이다. 중국 9286만톤, 미국 3708만톤, 사우디아라비아 1486만톤에 이어 세계 4위이다. 특히 2022년 기준 국민 1인당 합성수지 수요량은 한국은 123.1㎏으로 대만 96.1㎏, 미국 78.1㎏, 중국 77.4㎏, 사우디아라비아 77.3㎏ 등 다른 나라보다 월등이 많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생산액 112조원으로 자동차, 반도체, 일반기계, 철강에 이어 5위이며, 사업체 수는 525개, 종사자 수는 3만9800명이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석유화학 강국이고, 원료를 공급하는 정유산업까지 연결돼 있어 플라스틱 규제는 국가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바스프, 엑슨모빌 등 국제 기업들과 함께 국제 협상에 직접 참여해 의견을 내고 있다”며 “폐플라스틱 중 40%를 차지하는 일회용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며, 업계도 바이오원료 전환 및 화학적 재활용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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