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계속 후퇴하며 증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막연한 금리 인하 기대감보다 경영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상장기업 중 절반가량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실적 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발표한 기업 72곳 중 절반인 36곳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10% 이상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72곳은 증권사 3곳 이상이 3개월 이내에 실적 추정치를 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집단이다.
같은 집단 내 72개 기업 중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 평균을 상회한 곳은 51곳에 달했다. 실적 추정치를 매출액만 발표한 서울반도체 1곳을 제외하고 71곳 중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넘어선 1분기 경영 성과를 기록한 비율이 71.8%에 이르는 셈이다.
올 초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 기업 실적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됐다. 실제로 지난 3월 수출액이 56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하고 특히 반도체 수출액이 35.7% 증가해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를 견인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총 선두권에 있는 반도체 기업들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매출과 932% 증가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전년 동기 대비 734% 증가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실적 우려가 컸던 화학, 이차전지, 소비재 업종 기업도 1분기 컨센서스를 10% 이상 넘겨 우려를 잠재웠다. LG에너지솔루션이 추정치보다 38.2%, 포스코퓨처엠이 36.3%, LG생활건강이 16.6%, 아모레퍼시픽이 42.8%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한화시스템(70.1%), LX하우시스(66.5%), SK이노베이션(57.4%), HD현대일렉트릭(54.7%), 효성티앤씨(51.2%)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넘어섰다. 조사 대상 71개사 전체 1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평균 17.6% 웃돌았다.
지난달 증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과 같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 미국 연준의 거듭되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 퇴보, 미국 대표 기술주의 1분기 실적 발표 전후 주가 조정 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 4월 초 2750선이었던 코스피 지수가 중순 2580대까지 주저앉았다.
글로벌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가운데 월말부터 지수가 다시 2700대에 근접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횟수는 ‘올 상반기 3회’에서 ‘연내 1회’까지 후퇴해 국내 증시 반등에 부담이 되고 있다.
개별 기업 호실적만이 주가 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업황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발휘한 기업들 실적에 주가 흐름이 맞물리는 ‘실적 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KB증권은 월간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는 실적장세 1국면(경기 민감주)과 2국면(내구 소비재와 우주 등 R&D 투자주)이 교차할 때”라면서 “당분간 (증시) 붕괴의 3법칙(경기 고점, 주가 과열, 연준 긴축)이 모두 완성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며 증시도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바닥을 본 (기업들의) 실적은 회복의 중간을 지나고 있다”며 “실적이 회복되는 시기에는 ‘개선 폭이 올라가는 업종’이 유리하므로 이익률이 올라가는 종목들 중 개선 폭이 연말로 갈수록 커지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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