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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은 이 시대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함축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 그만큼 크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국가 간 교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을 이용한 상거래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다양한 디지털 상품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통상 규범은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새로운 교역 형태를 고려하지 못한 채 정립됐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통상 규범이 필요한 이유다.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은 디지털 통상 규범을 확립하고 디지털 경제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최초의 복수국 간 디지털 통상 협정이다. 칠레·뉴질랜드·싱가포르 등 3개국이 참여했고, 2021년 1월 공식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2021년 9월 DEPA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가입 협상은 지난해 6월 타결됐고, 드디어 이달 3일 발효를 앞두고 있다.
DEPA는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국경 간 디지털 협력을 촉진하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정이다. 이 협정은 디지털화를 촉진해 국경 간 무역의 장을 넓히고, 중소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보완하면서도 인공지능(AI), 데이터 이동, 온라인 보안,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포용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이번 DEPA 가입은 우리 기업이 칠레·뉴질랜드·싱가포르와 같은 권역별 주요 거점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DEPA를 통해 전자 무역이 확산되고 안정적인 데이터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면 기업 활동이 크게 촉진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협력 논의를 주도해 간다면 우리 기업의 디지털 분야 수출은 물론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의 해외 진출 기회도 한층 확대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뉴질랜드 및 칠레와 체결한 기존 FTA에는 전자상거래 규범이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 DEPA 가입으로 한국의 디지털 통상 네트워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DEPA에 참여하는 회원국이 늘어나면 혜택의 규모와 범위 또한 더욱 커지고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리나라에 뒤이어 중국과 캐나다가 가입 절차를 개시했고, 코스타리카와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와 중동 지역 국가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DEPA 조기 가입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DEPA는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3개국에서 출범했지만 글로벌 디지털 협력 프레임워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입은 DEPA의 외연 확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입을 계기로 DEPA가 명실상부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디지털 통상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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