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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불규칙한 프리랜서인 A 씨는 금융거래 목적 확인을 위한 객관적 증빙서류 제출이 어려워 지난 1년간 한도제한계좌를 사용해왔다. 지난달 적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계좌에 수백만 원이 들어왔지만 이를 일일 최고 한도인 30만 원씩 나눠서 이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그동안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청년·고령층 등 금융 취약 계층의 금융 이용 불편을 초래해온 한도제한계좌의 거래 한도가 8년 만에 상향 조정된다. 또 한도 제한을 해제하기 위한 서류도 공공 마이데이터 등을 통해 손쉽게 제출이 가능해져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은 이달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한도제한계좌의 하루 거래 한도를 최대 500만 원으로 증액한다고 1일 밝혔다.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는 각각 100만 원씩, 창구에서는 300만 원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기존 한도제한계좌의 이체·출금 한도는 인터넷뱅킹과 ATM은 일일 30만 원, 창구에서는 100만 원까지 가능했다. 한도 상향은 고객이 별도로 신청할 필요 없이 기존 계좌에 적용되며 원하지 않는 고객은 거래 은행에 별도로 신청하면 된다.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도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일인 8월 28일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하루 금융거래를 소액으로 규제한 한도제한계좌는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됐다. 대포통장이나 보이스피싱 등에 계좌가 활용되는 문제는 개선됐지만 소비자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창구에서 소비자의 권리 침해라는 민원을 듣기도 했지만 계좌 개설 및 이체 관련한 조치들이 강화되며 실제로 계좌 이체를 이용한 범죄 피해가 줄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양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한도제한계좌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가 계좌를 만들고 무심코 거액을 넣었다가 몇 달씩 자금이 묶이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사람은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제출해 제한을 풀 수 있지만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나 청년 등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 계좌로의 전환 자체도 급여 수령, 연금 수급 등 기준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8년간 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물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결국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이 한도제한계좌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개선을 권고했고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이번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8년간 묶여 있던 한도를 완화한 것은 환영하면서도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래 한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금융 사기 피해액 역시 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반영해 거래 금액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도가 함께 늘어나는 것은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보이스피싱 우려와 관련해서는 은행권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창구에서 한도제한계좌 입출금 거래 시 창구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소득 수준 증가, 해외 사례, 입출금 통장 일평균 인출·이체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대포통장 근절 취지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상향 한도를 결정했으며 이를 위한 제재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금융 당국은 이번에 사기이용계좌 제재는 오히려 강화했다. 사기에 이용된 계좌가 재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급정지가 해제된 후에도 해당 통장의 인출 및 이체 한도를 축소해 기존의 금융거래 한도(인터넷뱅킹 30만 원, ATM 30만 원, 창구 거래 100만 원)를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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