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웠던, 그리고 아직까지도 뜨거운 여행지 제주.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제주를 여행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걸어서 여행하는 뚜벅이 여행부터 미식 여행, 야외활동을 즐기는 액티비티 여행, 자전거 일주 등 개인의 여행 취향을 담은 여행 유형이 등장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별한 이동 수단으로 보다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플이 선택한 주제는 바로 선박 여행. 내 몸에 편한 자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여행할 수 있다. 또 ‘14시간 여행은 지루할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눈길 발길을 사로잡는 풍성한 즐길 거리에 긴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꼬박 14시간을 여행한 ‘비욘드 트러스트호’ 탑승 후기를 전한다
7년 여 만에 돌아온 인천~제주 뱃길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중단되었던 인천-제주 뱃길을 다시 연결했다. 그간 사업자 공모 등을 통해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운영사를 모집했지만, 신용도 및 노후 선령 등의 문제로 유찰된 바 있다. 그러던 2019년 11월 하이덱스스토리지가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2021년 12월 ‘비욘드 트러스트호’ 취항식을 기점으로, 7년여 만에 제주와 인천을 잇는 뱃길 운항을 재개했다.
비욘드 트러스트호는 현대 미포 조선이 건조한 2만 7000톤 급 최신형 카페리 여객선이다. 제주를 향하는 노선 중 가장 긴 것으로, 총 운항 시간은 14시간이다. 사고 발생 지점을 피해서 운항하는 만큼 소요 시간은 더 길어졌지만, 안전을 최우선에 둔 선택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유찰이 이어진 만큼 안전 기준에도 신경 썼다고 전했다. 하이덱스스토리지 관계자는 “과거 사고가 발생한 노선이니 만큼 더 까다로운 기준을 둘 수밖에 없다”며 “작은 위험 요소도 문제 되지 않기 위하여 선원들이 점검과 검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욘드 트러스트호만의 화물 적재 하중 안전 관리 시스템, ‘블록 로딩 시스템’을 구축했다. 화물의 균형 적재를 통해서 안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이밖에도 갑판에 설치된 구명 미끄럼틀과 구명 뗏목 등 국제 규격을 준수한 안전시설을 갖췄다.
리조트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2만7000톤급 여객선
선박이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육지 못지않은 시설을 준비했다. 언론의 주목을 받은 곳은 바다 위의 호텔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비욘드 트러스트호의 특등 객실이다. 80의 여객 객실 중 단 두 개 객실로 한정된 곳으로, 침대와 소파 그리고 화장대 등으로 채워 리조트 부럽지 않은 시설을 자랑한다. 실제로 가격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빨리 매진되는 객실이라는 설명이다.
VIP 객실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화장실. 분리된 샤워실부터 블루투스 음악을 연결할 수 있는 거울. 그리고 뻥 뚫린 바다를 조망하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욕조로 보다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고 한다.
VIP 객실 예약을 놓쳤다면, 스위트 객실도 좋은 대안이 된다. 더블룸과 트윈룸 두 가지로 구성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 스위트룸은 2인 승객을 위한 공간이다. 샤워실을 갖춘 개별 화장실과, 항해하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다. 특히 선수와 방향을 나란히 하는 스위트 트윈룸은 경관이 좋기로 유명하다. 제주도로 출항할 때는 제주의 한라산 전경이, 인천을 향할 때는 인천항 대교가 선실 창 너머로 깨끗하게 펼쳐져 객실에서의 낭만을 더한다.
연인, 가족 관광객 외에도 많이 탑승하는 승객은 반려동물을 동반한 여행객이다. 이동장이나 수화물칸을 이용해야 하는 비행기 여행과 달리, 여객선을 이용해 여행을 하면,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반려동물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반려동물 동반 패밀리룸부터 반려동물 동반 이코노미 객실까지. 유형에 맞는 다양한 객실을 갖췄다. 아울러 동물만 별도로 휴식할 수 있는 펫룸부터, 동물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바람을 쐴 수 있는 펫 플레이룸 등을 구비해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복지에도 신경 썼다.
이밖에도 4인 가족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룸, 침대형 다인실 객실에 창문이 있는 디럭스 룸, 같은 구조지만 창문이 없는 스탠다드 룸, 단체 관광객을 위한 판상형의 이코노미 룸 등이 있어 여행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식당도 육지 못지않다. 저녁에는 양껏 먹을 수 있는 뷔페식 구내식당이, 아침에는 정갈한 한식 한상차림이 차려진다. 가격은 석식 1만5000원, 조식 8000원이다. 식판을 받아들었다면, 창가 자리로 향하자. 맛있는 밥 그 옆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뷰는 바다 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먹고 자는 것이 아무리 풍족해도 무엇하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가 공간이 필요한 법. 비욘드 트러스트호에서는 시간 죽일 걱정할 필요 없다. 선박 내부에는 다채로운 즐길 거리가 들어차 있어 이동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뽑기부터, 추억을 담은 오락기. 그리고 단체 및 개별 여행객이 쓸 수 있는 노래방과 요즘 빠질 수 없다는 네 컷 사진까지. 전 세대의 취향을 아우르는 오락시설을 갖췄다. 이밖에도 미팅룸 등 비즈니스 공간과 수유실 등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없는 게 없는 편의점, 카페 등 기호 시설도 들어서 있다.
긴 이동시간이라지만, 그만큼 여행의 여운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 행여나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될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배 여행에서는 로비와 라운지에서는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일행과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개인 객실에서도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은 라운지나 식당가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 제주 생맥주를 판매하는 여객선 바 공간에서는 제주의 맛을 미리 느낄 수도 있고, 편의점에서 사 온 간단한 안줏거리로 가볍게 회포를 풀기도 한다.
사무사가 꼽은 비욘드 트러스트호 뷰 맛집 4
바다 위를 달리는 이색적인 여행인 만큼, 창밖으로 펼쳐진 뷰도 놓칠 수 없는 요소다. 배 위에서 생활하는 비욘드 트러스트호 사무사의 도움을 받아 대표 뷰 스폿 세 곳을 돌아봤다. 시간에 따라 또 위치에 따라 ‘가장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는’ 배 위의 전망 명소를 공개한다.
승객들 사이 가장 인기 있다는 공간은 파노라마 라운지다. 로비 바로 위 6층에 위치한 곳으로, 통창을 마주한 소파 자리가 있다. 개별 좌석과 테이블을 마련해 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단, 조명으로 인해 야간에는 뷰를 기대하기 어렵다. 해가 지기 전, 밝은 시간대에 찾는 것을 추천한다.
인천에서 제주를 향하는 노선에서는 후미에 오를 것을 추천했다. 가장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인천항을 지날 때. 개방감이 느껴지는 후미에서는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는 인천항 대교를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후미 5층에서 한 층 올라선 6층에는 포토존을 마련했다. 한라산과 초가집, 하르방을 주제로 한 이곳에서는 제주와 인천이 어우러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마지막 숨은 명당은 선내 편의점이다. 뜻밖의 장소지만, 시선을 옆으로 옮겨 통창 뷰를 바라보면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너비는 물론이고 높이까지 선박에서 가장 시원한 뷰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통창 바로 앞에 자리한 테이블에서 야식을 먹어보자. 비욘드 트러스트호만의 별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취재협조 = 하이덱스 스토리지(주)
제주(제주특별자치도) = 정윤지 여행+ 기자
사진 = 정윤지 여행+ 기자, 임수연 여행+ 인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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