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공인회계사(CPA)가 되고 싶다면 IT 역량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회계감사 시대가 열리면서 회계사 시험도 이에 발맞춰 14년 만에 개편돼서다.
1일 금융당국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IT 과목을 3학점 이상 이수해야만 공인회계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1차 시험 응시를 위해 필요한 경영학·회계학 등 대학 수업 24학점에 IT 관련 과목은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총 4차례에 걸쳐 IT 연관성이 높은 2454개 과목을 IT 학점 인정 과목으로 선정한 바 있다.
또 2차 시험에서 IT 분야 출제 비중을 기존 5%에서 15%로 확대한다. 회계정보시스템 및 데이터베이스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회계감사 중 필요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인회계사회 실무연수와 관련해선 IT 관련 필수 이수 시간을 10시간에서 20시간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부분합격제를 도입한 2007년 이후 14년만이다. 시험 제도 개편 작업을 추진한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빅데이터·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실무에선 IT를 모르면 일을 못 할 정도로 환경이 바뀌었다”면서 “반면 회계사 시험 제도는 14년 전에 만들었다 보니 이를 못 따라가고 있어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해 논의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회계업계에선 사실상 모든 감사가 전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도 요새는 재무제표를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통해 만들고 있지 않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무 정보의 허위 보고, 매출 계정을 통한 횡령 등 핵심 리스크를 많이 찾아내고 있다”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글로벌 IT 시스템에 많이 투자하는데, 예전 같으면 사람이 손으로 하던 일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의 도입으로 자동화됐다”고 말했다.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이른바 ‘빅4′ 회계법인은 최근 IT 관련 학과 졸업 여부를 신입·경력 공인회계사 채용 조건의 최우선 순위로 올렸다. 그만큼 IT에 숙련된 회계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은 상경계 출신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회계사 합격생 1100명 가운데 상경계 출신은 약 71.6%에 달했다. 나머지 28.4%의 비상경계 출신 회계사 합격생들도 대다수가 사회과학·인문 관련 학과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생은 따로 취합하지 않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해 1월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라는 자격시험을 도입했다. 재무 빅데이터 분석사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의 실무 활용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이다. 기업 내부·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부정 적발, 분식회계 탐지 등 실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능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다. 이 시험은 지금까지 네 차례 시행했다.
금융감독원은 회계감사 중 IT 출제 분야와 관련해 모의 문제를 마련해 제시하는 등 수험생의 수험 부담을 완화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응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관련 논의가 4년 전부터 있었던 만큼 수험생 혼란은 적겠지만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성이 높다”며 “금감원에서 수험생들에게 계속해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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