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대만에 신설하는 1.4나노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을 늦추기로 했다. 1.6나노 미세공정 도입을 발표한 데 따라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주요 경쟁사가 잇따라 1.4나노 반도체 상용화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TSMC의 결정이 파운드리 기술 ‘속도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30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가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중커 지역 당국은 관련 부지 확보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중커 당국은 TSMC가 해당 지역의 토지 확보를 두고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며 이에 따라 기존 8월로 예정됐던 작업을 연말까지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TSMC는 대만 중부에 위치한 중커 산업단지에 2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데 이어 1나노대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생산라인도 착공할 계획을 두고 있었다.
현지 당국은 이런 일정에 맞춰 공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사유지를 매입해 TSMC에 제공하는 토지 수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TSMC가 당초 2027년 안팎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던 1.4나노 공정에 앞서 1.6나노 기술 도입 계획을 새로 발표하면서 계획에 다소 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2026년부터 1.6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최초로 발표했다. 2나노와 1.4나노 사이 새 공정을 추가한 것이다.
경제일보는 TSMC가 이에 따라 1.4나노 공장 신설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5년 2나노 파운드리 양산 계획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TSMC가 결국 1.4나노 미세공정 도입 시기를 2027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만약 TSMC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새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할 경우 비용 부담이 크고 각 공정기술 사이 차별화 요소도 크지 않아 수요가 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 1.4나노 공장 부지 확보 일정이 늦춰진 것은 TSMC의 파운드리 로드맵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1.6나노 공정을 2026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이유는 인텔이 내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1.8나노(18A) 미세공정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TSMC가 2나노 파운드리 기술을 도입한 뒤 1.4나노 반도체를 생산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인텔이 해당 기간에 가장 앞선 미세공정을 확보한 기업으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6나노 공정 도입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미세공정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TSMC가 이에 따라 1.4나노 기술 활용 시점을 늦춘다면 삼성전자나 인텔에 다시금 기술 우위를 빼앗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텔은 2026~2027년, 삼성전자는 2027년 각각 1.4나노급 미세공정 도입을 공식화한 상태라 TSMC의 공장 건설이 늦춰진 사이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반도체 양산을 먼저 시작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TSMC는 1.6나노 반도체 생산공장을 대만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장소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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