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부동산 시장 위기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의 오피스 시장은 지난 1분기 거래금액이 전분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오피스는 그동안 거래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가격조정이 이뤄지면서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란 분석이다.
◇’재택근무’ 차이?… 미국은 2000년부터 ‘오피스 공급’ 쏟아져
29일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오피스 투자시장 거래 금액은 약 3조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거래규모가 약 27.6% 증가했다. 거래금액이 1000억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딜이 7건이나 성사됐다.
미국에서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지난달 기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2022년 4월 고점 대비 21.4%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미국 오피스 공실률도 19.8%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2.8%포인트(p)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의 오피스 수요 차이는 재택근무 활성화 차이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은 공급부족, 미국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이 같이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코로나19 위기 훨씬 전부터 오피스 건설 확대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공실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대 이하의 저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오피스 공급이 연간 1억 평방 피트(약 280만평)에 달하는 등 공급 물량이 많았던 것도 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오피스 ,공급이 부족하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서울 주요 도심 지역에 새롭게 ‘프라임급’의 오피스를 공급할 만한 부지가 적고, 신규 공급된다고 하더라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강남, 여의도, 도심 등 3대 주요 권역 이외에도 성수, 마곡 등으로 공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실률이 빠르게 낮아지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중이다.
◇한국은 꾸준히 공급 부족… “백화점 없애고 오피스 만들자”
한국과 미국의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각각 부족하고 넘치는 공급을 용도변경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피스 시장의 수요 회복이 쉽지 않자, 핵심지역의 오피스들이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뉴욕에 가장 많은 오피스를 가진 SL그린은 최근 임대가 저조한 타임스퀘어 인근 오피스를 카지노 시설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오피스를 리테일로, 또는 도심형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에서는 반대로 ‘상업시설의 오피스화’가 진행 중이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서울 구로구청에 신도림동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를 업무 시설로 용도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건축 심의를 신청했다. 리모델링 후에는 바이오 분야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포스코이앤씨가 보유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엔터식스 파크에비뉴 한양대점을 약 11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오피스 중심의 복합 건물로 만들 계획이다.
시장에 나온 매물들의 가격 조정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금리나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매물들은 시장에 쏟아지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정우 JLL 코리아 캐피털마켓 상무는 “가격 조정이 수반돼야만 겨우 클로징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역시 2024년 1분기 오피스&투자시장 보고서에서 “매물은 늘지만, 매수할 매수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 결과 자산 매각에 소요되는 기간이 과거 대비 약 6개월 이상 길어졌는데, 거래가 활발했던 2021년의 경우 딜클로징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 미만 소요되었다면 거래가 급감한 2023년부터는 평균적으로 6~12개월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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