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우리사주 대상 자사주 처분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꼼수까지, 이사회 자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운용총괄 대표는 지난 8일 데일리임팩트 주최로 개최한 행동주의펀드 토론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의 개선할 점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앞서 행동주의펀드 KCGI운용은 지난달 현대엘리베이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제안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모두 반대 표를 던지고,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목 대표는 “지난해 우리사주 대상 자사주 처분과 분리 선출 사외이사 선임 꼼수 등 많은 문제가 있었기에, 이사회의 자정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세부적으로 KCGI운용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11월 우리사주를 대상으로 한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각에 이어 같은 해 12월 임시주총에서 분리 선출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이를 묵인, 일반 주주 권리와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KCGI운용은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주주 이익 보호라는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KCGI운용의 반대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KCGI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약 2% 지분을 보유 중이다. 반면 2023년말 기준 현대홀딩스 및 특수관계인은 27.8%를 보유 중이며, 이외에도 KCGI운용은 주요 주주인 쉰들러홀딩스(11.56%), 국민연금공단 (6.51%), 소액주주(34%) 등을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 패배에도 비공개 대화 성과? ‘배당금 8배 확대’ 이끌어
표 대결에선 패배했지만 목 대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배당금을 확대한 것은 KCGI운용의 적극적인 비공개 대화에 따른 성과라고 자평했다. 정기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 이외에도, 사측과 비공개 대화 등 비공식 주주 활동에 적극 나섰다는 것.
목 대표는 “올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당배당금(DPS)이 4000원대로 올랐고 배당 수익만 보더라도 8%에 육박한다”며 “이는 사측에 꾸준히 주장했던 부분이고, 사측이 수용한 만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 대표는 “주주 제안 이외에도 언론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주주 활동도 하고 있다”며 “이 같은 활동의 결과로 사측의 주주 환원율이 개선된 부분은 분명한 성과”라고 힘줘 말했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는 올해 주당 4000원으로, 지난해 주당 500원 대비 8배 증액한 현금 배당을 결의했다. 다만 사측에선 배당을 확대한 이유를 실적 호황과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KCGI운용에서는 사측이 내놓은 주주환원정책도 자신들의 영향이 미쳤다는 입장이다. 앞서 KCGI운용은 지난해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최초로 주주서한을 통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사회의 분리로 합리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한 현대엘리베이터가 취득한 자사주를 악용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유 중인 전체 주식 대비 10% 수준의 자사주 전량 소각도 요구했다.
이후 현 회장은 약 20년 만에 사내이사직을 자진 사임했으며, 현대엘리베이터에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또한 향후 순이익의 50% 이상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최저배당제 시행 등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목 대표는 “이외에도 현대엘리베이터 해외 법인 구조조정, 비영업자산의 매각, 자본 배치 효율화와 주주 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사측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ROE·PBR 등 투자지표 개선돼..사측 경영 개입 중인 사모펀드 목표와도 동일해
목 대표는 주주 활동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여러 투자 지표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요구사항이 사측 경영에 개입 중인 사모펀드 HQ파트너스와 동일해 추가적인 성과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목 대표는 “내부적으로 ROE 10%, PBR 1배, 잉여현금흐름 3분의 1을 주주환원 이 3가지 기준을 충족 못할 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기준을 갖고 있다”며 “최근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부분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KCGI운용의 요구와 사측 경영에 개입 중인 사모펀드 H&Q코리아(이하 H&Q)와 주장이 일치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목 대표는 “H&Q가 주장하는 바도 동일하며 이해관계도 일치되어 있다”며 “이 때문에 사측이 KCGI운용이 요구하는 ROE 등 투자 지표와 내부수익률(IRR)을 만족시켜주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H&Q는 현대엘리베이터와 주요 경영 사항을 함께 논의·결정하고 있다. 현재 임유철 H&Q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엘리베이터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9월 H&Q는 전환사채(CB)·교환사채(EB) 인수 등의 방식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 현대네트워크에 약 3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해당 채권들은 각각 조건에 따라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 ‘꼼수’로 주주제안 막아..전문가 “자본시장 발전 위해 근절돼야”
전문가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임시주총 일정 꼼수로 주주 제안을 받지 않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선임한 사례를 두고 ‘근절돼야 할 행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3% 룰의 근본적인 취지를 몰락시키는 꼼수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근절돼야 한다”며 “주주들에게 주주 제안 기간조차 충분히 주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사측이 최근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것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부끄러운 일이고, 절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액주주 주주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회사 측이 선정한 인사로 정한 것은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감사·감사위원의 독립성을 제고하자는 분리 선출 사외이사(3% 규정)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기타 비상무이사로 임 대표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파트너를 각각 신규 선임했다.
하지만 당시 현대엘리베이터는 임시주총 일을 상법상 주주 제안 기한인 6주 전에 딱 맞춰 공개하고, 이후 임시 주총 개최를 앞두고는 임기 3개월을 앞둔 감사위원 한 명이 돌연 중도 사임하면서 사실상 주주 제안을 원천 봉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사측의 방해로 지난달 정기 주총 때 3%룰을 활용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자 했던 KCGI운용의 계획은 불발됐다.
목 대표는 “소액주주를 위한 분리 선출 감사위원 선임을 이사회가 꼼수로 막은 것은 상당한 문제”라며 “주주환원에 대한 회사의 노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감시·투명성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