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NZIA)이 가결되면서 현지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원자력을 중심으로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 탄소포집·저장(CCS) 등 EU가 지정한 탄소중립 기술에 포함된 프로젝트(사업)는 향후 다양한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탄소중립산업법이 표결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EU의 2050년 탄소중립(탄소 배출량 0) 목표 달성에 기여도가 높은 사업에 신속한 인허가, 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EU 27개국의 승인을 받으면 올해 하반기에 발효 및 시행될 예정이다.
EU는 원자력을 포함한 19개 기술을 탄소중립 사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기술 외에 핵분열 에너지, 연료 주기 등 광범위한 기술이 포함됐다. 다만 탈원전을 선언한 일부 국가를 고려해 자국이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혼합)로 인정하지 않는 기술 관련 사업을 전략 사업으로 선정해 혜택을 줄 의무는 없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최근 유럽에서 원전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국내 원전, 전력기자재, 건설업체들은 체코, 폴란드, 영국 등에서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은 지난해 11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CTRF) 공사를 따냈다.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 CCS, 육·해상 풍력, 수소, 전력망, 바이오가스·바이오매스, 수력발전, 에너지 효율 기술 등도 혜택 대상이다.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국내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분야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사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7% 수준이다.
향후 법안이 발효되면 1기가와트(GW) 이상 또는 용량 측정이 어려운 대규모 사업도 최대 18개월 안에 허가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행정 절차 등을 거쳐 사업 허가를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1GW 미만의 소형 프로젝트는 최대 12개월 안에 허가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EU는 법안 적용을 받는 전략 사업에 대해 배출권거래제(ETS) 수익, 유럽전략기술플랫폼(STEP)을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IRA처럼 직접적인 금전적 인센티브는 아니지만, 유럽 밖으로 시설을 이전하거나 엄격한 보조금 규제 탓에 유럽 투자를 꺼렸던 기업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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