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 발표 직전 상장사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전에 공개매수 소식을 듣고 호재로 인식해 발표 전에 대거 사들인 이가 있다는 뜻이다. 보통 공개매수는 매수 희망자, 증권사, 회계법인 등 여러 주체와 협의해 진행하기에 정보가 완벽히 차단되긴 어렵다. 정황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되지만, 실제 적발은 쉽지 않아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커넥트웨이브## 주가는 14.48% 급등한 1만7880원에 마감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커넥트웨이브 잔여 주식을 공개매수한 후 자진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시 후 공개 매수가(1만8000원)와 근접한 수준으로 주가가 올라왔다.
의아한 부분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직전 거래일인 26일에도 주가가 22.90%까지 뛰었다는 점이다. 공개매수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주식을 미리 사들여 이득을 본 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공개매수 공시 전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공개매수 전 급등은 항상 있던 일이지만, 최근 그 폭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한 회사는 총 6개사다. 2차 공개매수로 거래가 정지된 티엘아이를 제외하면, 5개사 모두 공시 직전 거래일에 주가가 급등했다. 공개매수 제도는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주겠다는 것으로, 당연히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달 18일에는 락앤락을 보유하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잔여주식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전날(17일) 락앤락 주가가 최고 13.10% 올랐다. 지난 2월 5일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한 쌍용씨앤이의 경우, 발표 직전까지 주가가 7거래일 연속 오르며 17% 가까이 급등했다.
공개매수는 구상 단계부터 외부 인력이 개입되기에 원천적으로 보안 유지가 어려운 구조다. 특히 공개매수는 장외거래이기에 대리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 도움이 필요한데, 이때 본점부터 대리점까지 개입된 인물 수가 늘어난다. 올해 공개매수를 진행한 6곳 중 4곳 주선은 NH투자증권이 맡았고,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1곳씩 진행했다.
지난해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해 공개매수 신고서를 낸 상장사는 17개다. 에스엠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카카오, 하이브의 공개매수 경쟁,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 자진 상장폐지 등 굵직한 공개매수 건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시 직전 주가가 오른 사례는 절반 정도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월 25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직전 3거래일 연속 주가가 올랐다. 반면 지난해 3월 2일 한샘의 공개매수 공시 전날에는 한샘 주가가 1%대 하락세로 마감했다.
에스엠의 경우,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신고한 2월 10일 기준으로 전날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3월 7일에는 카카오가 에스엠의 공개매수를 신고했는데, 발표 전날 주가가 12% 급등했다. 현재 카카오 경영진과 일부 사모펀드는 공개매수 발표 전, 주가를 일부러 높여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개매수 소식이 유출돼 주가가 오르더라도 금융당국은 제지하기가 어렵다. 정황상 미공개정보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추측할 뿐, 금융당국이 이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부 그룹에서 핵심 정보가 유출됐더라도, 객관적으로 누군가 이득을 봤다는 걸 증명하기가 어렵다”며 “내부 제보로 금융당국에서 고발할 수 있지만, 수사는 또 별개의 일이어서 진전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를 자본시장 교란 행위로 분류해 중범죄로 간주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5조에 따라 내부자 거래 혐의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포함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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