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가 보험사 M&A(인수·합병)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영업이익 3973억원, 당기순이익 3024억원을 시현하며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회사가 세워진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롯데손해보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2조원대의 매각 가격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든 동시에 ‘적정 가격’을 언급하며 2조원의 몸값은 과하다고 선을 그은 데다 현재 한국포스증권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82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감소, 과도한 실탄을 쓰기가 버거운 상황이란 분석이다.
롯데손보 인수전 뛰어든 우리금융, 실현 가능성은?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매각주관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예비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았다.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우리금융이 의향서를 냈고 블랙록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들도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아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조5159억원으로 지주 전체 순이익의 99%를 차지해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비은행 계열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보험사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는 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을 수 있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KB금융 순이익에 21.8%를 기여했고 올해 1분기에도 KB손해보험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하락폭을 상쇄했다.
반면 현재 우리금융이 보유 중인 비은행 계열사들은 되려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우리카드 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줄었고 우리저축은행은 13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내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완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다수의 의견이다. 우선 매각 가격에서 JKL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의 괴리감이 상당하다.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받기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금융은 1조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감소해 과도한 지출에 나설 여력이 충분치 않다.
우리금융 측이 당장 증권사만큼 보험사가 절실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점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작년 초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지금껏 증권사 인수를 우선 순위에 둔 M&A 전략을 유지하고 있고 이르면 5월 포스증권 인수 계획을 확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지난해 8월 한 행사에서 비은행 금융사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증권사 인수는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계획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딩금융’ 노리는 신한·하나금융이 나설 확률은?
업계 일각에선 결국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다시 한번 리딩금융에 도전하기 위해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 순위 4위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금융은 리딩금융과 거리가 멀지만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보험 포트폴리오의 약점만 보완한다면 언제든지 리딩금융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금융이 적극적으로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순이익 4조3680억원을 기록하며 KB금융(4조6319억원)에 밀렸던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1조321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KB금융(1조491억원)을 일시적으로 앞서기도 했다. 이에 신한금융이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해 신한EZ손해보험과 합병시킬 경우 리딩금융 독주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9월 한 행사에서 “적당한 손해보험사 매물이 없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신한금융이 실제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롯데손해보험 인수 후보로 우리금융이 언급되고 있지만 신한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가운데 유일한 약점으로 평가받는 손해보험사를 보완할 경우 리딩금융 자리를 굳힐 수 있어 신한금융의 롯데손해보험 인수전 참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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