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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만남에서 이 대표는 15분 동안 A4 용지 10장 분량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그동안 요구해왔던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비롯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에 대해 유감 표명까지 촉구했다. 이 대표는 또 민심을 존중해 달라며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은 물론 김건희 여사를 염두에 둔 듯 주변 인사들에 대한 의혹도 정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다”고 답하며 이 대표의 발언을 경청했다.
윤 대통령을 만난 이 대표는 인사와 덕담을 나눈 후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왔다”면서 “대통령님 말씀을 듣고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라고 운을 띄웠다. 윤 대통령은 이에 “손님 말씀을 먼저 들어야죠”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곧장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하실 수 있을 텐데 그게 야당과 국민들이 가지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적으로 짚었다.
우선 이 대표는 물가 상승 등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표는 “가뭄이 들면 얕은 웅덩이부터 마른다”며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 지방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과 골목·소상공·자영업·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연구개발(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 때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며 “전세사기특별법 등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정치 복원’을 위해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달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표는 “어렵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상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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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특히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그는 의료 개혁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저출생과 관련해서는 “파편적이고 부분적인 대책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 결혼·출산·양육·교육·취업을 아우르는 포괄적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 분야에서는 “독도나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대일 관계 문제에서 국민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며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 없다. 국익 중심 실용 외교로 전환해달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발언을 마무리하며 “주장이나 정책은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다”라며 “다름을 인정하고 논쟁하며 합의점을 찾고 발목 잡기가 아닌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만들어주자”고 설명했다. 또 “정치는 추한 전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며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중간중간 총 다섯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의 발언을 다 듣고 난 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이야기이기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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