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6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유가와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에너지·화학 등 기존 사업이 호실적을 기록한 덕이다. 다만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온은 3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면서 성장과제를 안게 됐다.
석유사업, 정제마진 개선 덕 흑전 성공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매출 18조 8551억원, 영업이익 6247억원을 달성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수익성이 대폭 높아졌다. 해당 기간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이상, 전 분기 대비 760% 이상 급증한 규모로 파악된다.
특히 석유부문이 영업이익 5911억원을 내면서 수익성을 든든히 받쳤다. 정제마진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 등으로 전 분기 대비 7563억원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윤활유부문도 2204억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견조한 수요에 따른 판매량 증가와 고정비 감소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률은 19.4%에 달했다.
화학부문은 벤젠 스프레드 개선에 따른 마진 상승, 납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관련 이익 등으로 영업이익 1245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배터리부문 성적은 부진했다. 이 기간 SK온은 331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전 분기 대비 1조395억원 줄어든 1조6836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판매물량 감소 및 판가 하락 영향이 컸다.
이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도 축소됐다. 올 1분기 SK온의 AMPC 규모는 385억원이다.
“배터리 사업, 신차 출시 업고 하반기 반등 기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에도 정유 부문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다. 정유 업계 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으나, 관련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도입 원유 중 70%가 홍해 및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고 있지만 과거 수차례 반복된 유사 사례를 고려했을 때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봉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며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위해 우회 루트도 확보한 상황이고 포트폴리오 변화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엔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윤활유 수요도 증가, 이를 바탕으로 해당 부문이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고부가 제품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언급됐다.
배터리 사업에 대해선 ‘하반기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기존 목표를 고수하기로 했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저변에 깔려있지만 고객사 재고조정 완료에 따른 출하량 증가 및 신차 라인업 확대 등 시장 환경 개선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내부적으로는 전기차 수요 회복으로 인한 글로벌 사이트 운영 효율화 및 비용 구조 개선에 대한 선제적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하반기 중 미국 고객사 물량 공급 확대에 따른 판매량 개선 및 AMPC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지역을 포함해 올 하반기 이후 고객사 신차 출시를 통한 배터리 수요 촉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당사 배터리를 탑재한 신규 신차 출시는 올해 2분기께 △현대-아이오닉 5(페이스리프트 버전) △포드-E 트랜짓 커스텀 △아우디-Q6(E 트론) 등이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2년 내에는 △포드-익스플로러 △현대-아이오닉 대형 SUV 및 아이오닉6(북미 생산 모델) △폴스타-폴스타5 등 당사 배터리가 적용된 차종 출시가 예고돼 있어 단기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사업 전환 위한 포트폴리오 점검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장기적 수익성 제고를 위한 포트폴리오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전제하에 그간 추진해 왔던 투자·사업 포트폴리오 중 선택과 집중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는 앞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의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 24일 진행된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가·기술·제조 등 분야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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