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때 경쟁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마이애미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자금 후원이 필요한 트럼프 측과 2028 대선 재도전을 노리는 디샌티스 측의 의견이 일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와 디샌티스가 이날 오전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비공개로 몇 시간 만났다”면서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을 다 아는 플로리다 부동산 중개업자 스티브 위트코프가 주선했으며 만남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이어졌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만남은 각종 법률 비용으로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 트럼프 측의 다급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법률 관련 비용으로 모두 6600만 달러(약 9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하루 평균 14만5000달러(약 2억원)를 쓴 셈이다. 또한 대선 자금 모금액 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거물급 공화당 후원자들을 등에 업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돕는 데 동의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디샌티스는 트럼프가 (바이든과 자금)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부유한 후원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상태”라며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디샌티스는 여전히 인기가 있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 관계는 2018년 디샌티스가 플로리다주지사 선거에 나왔을 때만 해도 좋았었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디샌티스는 트럼프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 경선에서 대결한 후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내내 “디샌티스는 불충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 앙금은 대선에 도전했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1월 경선에서 하차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2028년 대선 재도전을 꿈꾸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한발 물러서 트럼프를 도운 뒤 추후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공화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계속 껄끄러운 관계로 지내면 정치적으로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디샌티스 측근들은 WP에 “디샌티스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할 때 트럼프와 반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트럼프가 디샌티스를 공격한 이후 그의 영향력은 공화당 내에서 약화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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