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경합주인 러스트벨트에서 승리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자리 축소를 우려한 노조의 목소리가 정책에 깊게 반영되어 미래차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금속노조가 미래차 전환이 가속화되더라도 자동차 부품 산업 근로자 고용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전 이 입장에 찬성했다.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정치 때문에 자동차 산업 전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 업체 노조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입법예고된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 시행령 제정령(안)에 대해 지난 23일 공동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6월 시행된다. 자동차 부품의 범위를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로 확장하고, 미래차 기술 개발과 사업화, 표준화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며, 부품 기업과 완성차 업체, 중소·중견·대기업 간 협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속노조·금속노련은 공동의견서에서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에 대해 “노동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이 법으로 시행될 사업(미래차)이 고용과 노동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미래차 부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기본계획에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내용을 포함하라고 했다. 또 ‘미래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회의’에 노동계 위원을 위촉하라고도 했다.
금속노조·금속노련은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 “자국 우선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국내 책임 생산량 유지, 국내 생산 부품 의무 사용 비율제 도입 등 국내 생산 공동화 방지를 위한 내용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22대 국회에서 산업 전환기 자동차 부품산업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총고용 보장 등을 위한 법·제도 개선 투쟁에 공동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남짓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이미 자동차 부품 산업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사 고용은 지난 1월 기준 24만2861명으로, 2017년 7월보다 361명 증가했다. 그러나 중앙연구원이 금속노련과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0개 자동차 부품사 노동조합을 설문조사한 결과, 미래차 전환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동력발생장치·동력전달장치 부품 업체 노조 50%에서는 최근 5년간 정규직 고용이 줄었다고 답했다.
금속노조·금속노련이 요구하는 ‘총고용 보장’에는 민주당이 이미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총선 전 미래차 전환과 관련해 각 정당에 보낸 정책질의에서 ‘사업 전환이 어려운 기업 소속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유지를 위한 단축 노동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전직 지원 서비스를 보장하는 제도 확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동의했다.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 수혜 기업에 정규직 일자리 창출 의무를 부과하자’는 제안에도 민주당은 동의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완성차 업체에 국내 책임 생산량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내수용 자동차에 쓰이는 부품은 국내 생산품이 일정 비율 이상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금속노조 제안에도 동의했다. 이 같은 제안에는 조국혁신당도 동의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정치권 상황 때문에 미래차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 유세에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노조 요구에 맞춰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배기가스 배출 제한 기준을 느슨하게 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디트로이트 인근 제너럴모터스(GM) 사업장에서 열린 노조 집회에 참여해 임금 인상을 외치고, UAW에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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