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 충격에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견고한 이자 이익 성장세와 비은행 계열사 약진이 실적 선방을 이끌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표정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충당부채 영향으로 ‘리딩금융’이 바뀌었고 비은행 계열사가 취약한 금융그룹의 순익은 더욱 급감했다.
홍콩 ELS 충당부채 1.6조 규모 불구 수익성 ‘선방’
5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88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줄었다.
가장 큰 폭으로 이익이 준 곳은 KB금융그룹이다. 1년 전보다 30.5% 급감한 1조491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도 순이익 6521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급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같은 기간 각각 4.8%, 6.2% 줄어든 1조3215억원, 1조340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9.8% 줄어든 8245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홍콩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를 반영한 탓이다. 홍콩 ELS 충당부채가 가장 많았던 KB국민은행(8620억원)과 2위 농협은행(3416억원) 모두 순이익 감소율이 30%를 넘었다. 이어 신한금융 2740억원, 하나금융 1799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5대 금융의 충당부채는 총 1조6650억원.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에 손실을 반영해 추가적인 영향을 없을 것으로 본다. 김기흥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재 H지수로 볼 때 향후 결산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리딩금융’ 탈환…은행도 1위
홍콩 ELS 사태는 ‘리딩 금융’의 자리도 바꿔 놓았다.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2724억 더 많았다.
신한금융은 은행 1위에도 올랐다. 신한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928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0.3%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 대비 98.2%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하나은행은 8432억원, 우리은행 7897억원, 국민은행 389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은 행은 ELS 손실보상 8620억원 관련 영향으로 영업외손실이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9315억원) 대비 58.2% 급감했다.
이자 이익 견고 성장세…비은행 계열사 약진도
충당부채 반영에도 실적 선방은 이자 이익의 견고한 성장세 덕분에 가능했다. 5대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 총 합은 12조5838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8213억원) 대비 6% 이상 늘었다. 우리금융그룹만 이자 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KB금융의 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한 3조1515억원,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9.4% 성장한 2조816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 역시 각각 2.1%, 8.6% 증가한 2조2206억원, 2조2049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0.9% 감소한 2조1908억원을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도 한몫했다.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카드사와 증권사, 보험사 등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졌다.
KB금융그룹의 경우 KB손해보험과 KB국민카드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1%, 69.6% 증가한 2922억원, 1391억원을 기록했다. KB증권도 같은 기간 1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851억원을 기록했고 신한라이프 역시 15.2% 늘어난 15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카드는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9% 증가했고 하나증권은 같은 기간 7.8% 증가한 8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저축은행은 12.9% 증가한 18억원을 시현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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