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빠르게 성장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고 자율경영을 하도록 해준 것이다. 이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성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카카오가 공동체를 형성하며 몸집을 불린 방식과 유사하다. 다만 문제는 계열사 자율경영의 단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난(?)’이 발생했고 카카오는 각종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양사의 경영체제를 살펴봤다.
M&A로 사세 확장
하이브와 카카오는 모두 현재 위치까지 오르게 한 강력한 사업을 구심점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 하며 몸집을 불렸다. 목적은 모두 사업 다양성 확보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확보를 위해서다.
양사 차이는 인수한 회사 업종에서 나타난다. 하이브는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한 반면 카카오는 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사들였다.
하이브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시절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케이오지(KOZ)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쏘스뮤직은 여자친구(해체)와 르세라핌,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세븐틴과 프로미스나인, 투어스(TWS)의 소속사다.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는 지코가 설립한 회사로 보이넥스트도어가 소속됐다.
하이브는 CJ ENM과 합작해서 설립한 빌리프랩도 CJ ENM 지분을 매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빌리프랩에는 엔하이픈, 아일릿이 소속돼 있다.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는 하이브가 처음으로 자금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 영향력을 기반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핵심 계열사를 거느렸다. 카카오톡을 구심점으로 카카오 계열사의 각종 서비스가 연결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총 47개의 종속회사를 두고 있지만 경영에 크게 간섭하는 구도는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 공동체는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추진해 온 셈이다.
드러나는 분권형 지배구조 단점
이렇게 자율경영을 기반으로 하는 지배구조는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확실하다.
카카오는 수년 전부터 문어발식 확장,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수사도 받고 있다. 업계에는 카카오가 빠르게 몸집은 키웠지만 계열사 간 경쟁이 심화돼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를 출범하고 경영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카카오부터 경영 쇄신을 위해 출범시킨 외부 윤리 경영 감시 기구인 준신위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카카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이 있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CTO로 선임했다.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민희진의 난으로 불리는 최근 어도어 사태는 하이브 주장에 따르면 자회사가 모회사를 상대로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것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인수합병 전략이 달라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본사의 주요 서비스인 메신저와 연계는 가능하지만 다른 업종의 기업을 인수해 왔다.
반면 하이브는 이현, BTS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사업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 빌리프랩을 상대로 제기한 ‘뉴진스 베끼기’ 문제는 실제 표절·오마주 여부를 떠나 계열사 간 업종이 겹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경영 기반 지배구조를 갖추면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앱을 계열사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정도라면 하이브는 하이브가 갖춘 글로벌 인프라를 각 레이블이 활용하는 구조인 것 같다”며 “카카오나 하이브는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 만큼 이런 구조를 갖춘 것 같은데 기존 인력이 많고 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기업 대부분은 사업부 본부 형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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