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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의 아파트 작명(作名) 공식이 변하고 있다. 한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건설사·브랜드 가치가 아파트값 상승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건설사 혹은 건설사의 고유 브랜드 이름이 주로 활용됐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시공하는 대단지에선 입지 등 특징을 기반으로 ‘펫네임'(애칭)을 활용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은 이달 울산 남구 B-08구역을 재개발해 조성하는 ‘라엘에스’ 아파트(2033가구)를 분양한다. 단지 이름은 스페인어 정관사 ‘La'(최고의, 유일한 의미)에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의 앞글자인 ‘L’과 ‘S’를 이어 붙여 만들었다. 두 건설사는 ‘최대를 넘어 최고를 짓다’라는 표어 아래 랜드마크급 단지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경기 광명2구역도 ‘트리우스 광명'(3344가구)로 단지명을 정했다. 삼격형과 집을 각각 뜻하는 ‘Triangle’과 ‘House’를 합성해 건축의 3대 요소인 구조·기능·미를 갖췄다는 의미를 담았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이름은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이다. 포레온(ForeOn)은 숲을 의미하는 ‘Forest’와 On, 溫(따듯할 온), 穩(평온할 온)의 합성어로 ‘올림픽공원과 푸른 자연 위에 자리한 따뜻하고 평온한 곳’이라는 의미다. 시공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현대건설·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 3개사가 작년 2월 준공한 경기 부천시 ‘일루미스테이트'(3724가구)의 이름은 현대건설의 브랜드 ‘힐스테이트’에 ‘조명(illumination)’·’비추다(illuminate)’를 조합해 만들었다.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강조하고, 맞붙어 있는 ‘부천 범박힐스테이트'(5464가구)와의 연계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각사 브랜드 이름을 나열하던 것과는 다른 작명 방식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 이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현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유주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단지명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여러 건설사 브랜드를 활용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이미 비슷한 이름의 아파트가 많다는 이유로 고유 명칭을 원하는 조합원·입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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