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에 있는 자동차 알루미늄 휠 제조업체 리중(立中)그룹 본사. 중국 내 알루미늄 휠 시장에서 1위를 자랑하는 이곳 내부는 ‘종합 사무실’, ‘회계실’ 등 각 공간 이름이 중국어·영어·일본어·한국어로 동시에 표기돼 있었다. 리중그룹 관계자는 “전 세계 고객이 우리 회사를 찾았을 때 헤매는 것을 방지하고, 친근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중그룹의 최대 고객은 제너럴모터스(GM)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닛산 등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입구부터 주조(액체 상태의 재료를 형틀에 부은 뒤 굳혀 모양을 만드는 방법) 과정이 한창이었다. 로봇이 막 주조를 마친 휠의 표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물속에 넣었다 빼자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렇게 식힘 작업을 마친 휠은 잠시 선반 위에서 대기한 뒤 다음 공정을 위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했다. 열처리, 미세 가공 등을 거쳐 각 고객의 요구에 맞춰 페인팅까지 마치면 포장돼 전 세계로 배달된다. 리중그룹 관계자는 “연간 생산량 2100만개 중 수출량이 60%”라고 말했다.
리중그룹은 지난해 236억7900만위안의 매출과 6억200만위안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0.8%, 22.4%씩 증가한 수준이다. 이 비결 중 하나로 리중그룹은 ‘시장 개발 가속화’를 꼽았다. 즉 수출 판로 개발에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최근 ‘킹달러 현상’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도 수출 주력 기업인 리중그룹의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제품 가격이 저렴해질 뿐만 아니라 수출액과 해외 사업장 매출을 위안화로 환산하면 실적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리중그룹과 같은 중국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전기차 등을 헐값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의 이익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기업들은 값싼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해 수익을 포기하고 밑지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미국 정·재계는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제2의 차이나 쇼크’로 규정하며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수출량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132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2% 늘어났다. 중국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2022년 54.4%, 지난해 57.8%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수출량은 2022년 120.2%, 지난해 77.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3.8% 증가한 30만7000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서방 국가의 ‘과잉 공급’ 지적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바오딩시에서 만난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SUV) 생산 기업인 창청(長城)자동차의 류화쉐 운영관리 부사장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1~2년 사이 새롭게 건설된 것이 아닌, 이전부터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던 것”이라며 “중국 내 시장은 물론 중국 자동차의 세계화를 위한 계획을 고려한 것으로, 당연히 중국 시장만을 위해 건설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생산능력을 중국에 국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류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도 친환경차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서방 국가 입장에서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세계의 일부(인 만큼 서로 진출하는 것)”라고 덧붙였다. 창청자동차는 지난해 수출량이 31만4000대로 전년 대비 82.4% 증가했다. 이는 중국 자동차 업계 전체 수출 증가율(57.8%)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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