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진 현대캐피탈 신규 대표이사./사진 = 현대캐피탈
[한국금융신문 김다민 기자] 현대캐피탈이 호주 법인을 설립하며 정형진 신임 대표가 호주 시장에서 글로벌 역량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호주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업 라이선스(license)를 취득하며 ‘현대캐피탈 호주’ 설립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캐피탈 호주’는 현대자동차그룹 지분 100%의 전속(Captive) 금융사로, 올해 7월 부분적으로 영업을 개시한다. 이후 오는 11월부터 호주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목진원 대표이사가 경영하고 있으며 오는 6월부터 정형진 신임 대표가 이어받게 된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영업을 개시하는 호주 법인은 정 대표가 이끌게 될 예정이다.
정형진 신임 대표는 1970년 생으로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골드만삭스에 1999년 입사해 홍콩사무소와 서울지점에서 25년간 근무했으며 2014년부터는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한국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정 대표가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대형 거래 성사 및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투자·금융 자문 경험을 기반으로 호주 법인에서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캐피탈 호주는 현대차의 캡티브사로 영업할 예정인 만큼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의 현대차 경쟁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자동차산업 연방 회의소(Federal Chamber of Automotive Industries, FCAI)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내 신차 판매 기록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총 121만6780대의 신차가 판매됐으며 이는 2017년의 118만9116대 이후 최고 판매량이다.
그중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브랜드는 토요타로 21만5240대를 팔며 시장점유율 17.69%를 달성해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마쯔다가 10만8대로 시장점유율 8.21%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그에 비해 현대자동차는 6.17%의 시장점유율로 판매량 7만5183대에 그쳤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도 현대자동차는 10위에 올랐으며 투싼 모델이 2만1224대를 기록했다. 이는 1위와 3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는 판매량이다. 1위는 포드 사의 레인저 모델로 6만3356대를, 이어 토요타의 하이럭스가 6만1111대로 2위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 호주는 일본 브랜드 차량이 우세한 호주 신차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속금융 서비스’와 ‘디지털 금융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캐피탈 호주는 그간 현대자동차의 차량 구매 시 전속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현지 이용자들을 위해 각 차량에 맞는 최적화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적화 금융상품으로 기본 상품과 더불어 이용자가 자신의 경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잔가 보장형’과 ‘거치형’ 상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잔가 보장형’ 상품은 차량 가격의 일부를 만기 시점까지 유예해 월 할부금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거치형’ 상품은 초기 일정 기간 이자만 내고 남은 할부 기간에 잔여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인 ‘디지털 금융 서비스’는 빠른 속도와 편리함을 내세웠다.
현대캐피탈은 독자적으로 구축한 글로벌 IT 시스템을 활용해 통상 현지에서 2~3일의 시간이 소요됐던 심사 시간을 30분 이내로 대폭 감소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상품 이용에 필요한 많은 서류도 디지털 프로세스로 간소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캐피탈 호주’는 AI 챗봇과 실시간 채팅 상담 서비스 등을 통해 현지 이용자들의 다양한 문의에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캐피탈 호주·인도네시아 법인./사진 =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호주가 미국, 캐나다와 같은 주요 법인만큼 성장한다면 자금 조달에도 강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영국, 독일, 브라질 등 전 세계 14개 국가에서 총 17개 법인과 2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글로벌 전체 자산 158조원을 달성했다. 또한 현대캐피탈의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 법인들의 자체 조달 경쟁력도 키워가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2년 만에 현대캐피탈의 기업 신용등급을 ‘Baa1(긍정적)’에서 ‘A3(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현대캐피탈 미국(HCA)’과 ‘현대캐피탈 캐나다(HCCA)’의 신용등급도 Baa1 Positive(긍정적)에서 A3 Stable(안정적)로 상향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캐피탈 미국은 지난 1월에 25억 달러, 3월에 17억 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며, 올해 1분기에 42억 달러의 대규모 조달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아울러 현대캐피탈 호주가 본사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추후 채권 발행 시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의 캡티브 금융회사인 만큼 자동차 금융 자산 비중이 높다. 한국신용평가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동차 금융 영업자산이 28조3419억원으로 영업자산 내 비중이 81.2%에 달했다.
자동차금융에 치중된 사업구조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이러한 포트폴리오가 되려 강점이 될 수 있다.
자동차 금융 자산은 유사시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어 최종 손실위험이 비교적 낮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캐피탈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캐피탈은 영업자산 내 부동산PF 비중이 약 5%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타 국내 캐피탈사에 비해 부동산 시장 리스크에 비껴가 있어 채권 발행에 강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5일 현대캐피탈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텍소노미) 가이드에 따라 총 37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발행에 앞서 공개된 수요예측 자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2000억원 상당의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총 60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에 계획보다 85%(1700억원) 증액된 총 37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게 됐다. 이번 녹색채권은 만기 2년 1100억원, 3년 900억원, 5년 1700억원으로 구성됐다. 금리는 2년물과 3년물 -7bp, 5년물은 -8bp로 언더 발행해 흥행에 성공했다.
정형진 신임 대표가 현대캐피탈을 이끌게 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재무 경쟁력 및 해외 법인 영업 개시에 따라 실적 개선 폭을 증가시킬지 주목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45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2022년(4371억원) 대비 5.22%가량 실적을 개선했다. 영업이익은 전년(4745억원)보다 23.22% 감소한 36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8.56% 늘어난 것에 비해 영업비용이 동기 대비 13.82%가량 크게 늘어난 결과다.
현대캐피탈 측은 영업비용이 증가한 원인으로 고금리 환경 속 조달금리 상승과 업계 내 비교적 낮은 수준의 상품금리 제공을 꼽았다. 또한 ‘고금리 위기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대손상각비가 40.92% 늘어나 영업비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이유는 법인세 환급액이 견인한 결과다. 지난해 이연법인세 변동액 272억원이 발생하며 이를 환급받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캐피탈에 대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율이 99.8%에 이르는 만큼 높은 영업적 통합 수준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용도 및 재무지표가 제고되며 금융시장 내 시스템적 중요성이 유의미하게 커지면 신용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현대·기아차와의 수익정산계약에 따라 안정적인 수익성을 시현하고 있으며 관계기업투자손익이 지난해 597억원으로 자회사의 이익기여도가 양호해 해외 사업의 성과도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앞으로도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발맞춰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정형진 사장의 전문성이 자금 유동성 확보 등 대내외 리스크 관리뿐만 아니라 현지 시장 내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글로벌 신규 사업 확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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