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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비만 잡는 놀라운 영양소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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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비만은 하나의 질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두 질환이 가지는 증상과 치료법은 엄연히 다르지만, 이 두 질환의 원인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1990년, 현재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에서 역학 및 영양학 교수로 재직 중인 월터 윌렛 박사는 체중 증가와 제 2형 당뇨병이 강력하고 일관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만이 만연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경으로, 당시 공중보건이 지금처럼 위기상황이 아니었고,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우려도 간단히 언급되는 정도였다. 그보다 당시에는 에이즈가 더 큰 화두였다.

실제로 1990년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식사지침 자문위원회의 답변서에는 ’35세 이후 체중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 것은 건강의 증거’라는 문구가 나온다.

같은 해, 윌렛 박사는 기존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며 “18세 이후 체중 증가가 제2형 당뇨병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발표했다.

박사에 따르면 체중이 20~35kg 정도 증가하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113배, 35kg 이상 증가하면 173배 높아진다고 한다!

체중이 이보다 적게 증가해도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 하지만 의심이 많은 의료진에게 이 생각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윌렛 박사는 “살이 찐 사람도 당뇨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처음 발표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의료진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비만도를 나타내는 표준적인 지수로 체질량지수(BMI)가 사용되며, 체중(㎏) ÷ 신장의 제곱(㎡)과 같은 공식으로 계산된다. 이때 BMI 25 이상은 과체중, 18.5~24.9는 정상 체중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BMI 23~23.9인 여성은 BMI 22 이하인 여성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360% 더 높다고 하는데, BMI 23.9가 정상체중 범위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결과다.

1995년 연구진은 이러한 새로운 견해에 따라 체중이 5.0~7.9kg 증가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90% 증가하고, 8.0~10.9kg 증가하면 그 위험이 270% 높아진다고 했다.

반면 체중이 감소하면 위험은 5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체중 증가와 제2형 당뇨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론이 정립된다.

더 무서운 것은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사망에 이를 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것이었고, 곧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도 쌓여갔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프랭크 스페이저 박사는 1976년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간호사 건강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심혈관 질환과 암의 위험요인을 연구하는 가장 큰 규모의 연구로, 보스턴 근교의 여성 간호사 12만1700명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1989년 윌렛 박사는 11만 6000명의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간호사 건강 조사 II를 시작했고, 2년마다 데이터를 수집했다. 조사가 시작될 당시에는 모두 비교적 건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대상자가 당뇨병,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수집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이러한 질병이 나타나는 위험 요인이 몇 가지 나타났다.

2001년, 윌렛 박사는 다시 한 번 “제2형 당뇨병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비만”이라고 발표했다. 표준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금연 및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 제2형 당뇨병의 91%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의문이 남는다. 도대체 무엇을 두고 ‘건강한 식단’이라고 하는 것일까?

윌렛 박사가 말하는 건강한 식단은 식이섬유와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트랜스지방산이 적으며, 혈당부하가 낮은 식단을 말한다. 

탄수화물은 소화될 때 포도당으로 분해되며, 혈당지수는 탄수화물을 함유한 음식 50g을 먹은 후 혈당 수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측정하는 지수다.

하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음식에 따라 탄수화물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표준 섭취량의 과일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50g도 안 되지만, 같은 양의 빵에는 그보다 더 많은 탄수화물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표준 섭취량 식품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양에 혈당지수를 곱해 얻은 혈당부하라는 수치를 사용하면 혈당 상승 정도를 잘 측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분’과 정제된 탄수화물의 혈당부하가 높고, 지방과 단백질은 혈당을 많이 올리지 않기 때문에 혈당부하가 매우 낮다.

전 세계 의료계에서는 저지방 식단을 권장하고 있지만, 윌렛 박사가 추천하는 건강한 식단은 고지방, 고단백질 식단으로 당분과 정제된 탄수화물은 줄이지만, 지방은 줄이지 않는다.

1990년 당시만 해도 지방은 몸에 좋지 않은 해로운 물질로 여겨졌으며, 몸에 좋은 지방이라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지방 함량이 높은 아보카도나, 견과류 심지어 올리브유까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물질로 여겼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비만을 연구하는 조에 허컴비 박사가 1980년대 초에 수집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당시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저지방 식단을 섭취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식품에 함유된 천연 지방이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증거는 지금까지 전혀 없다. 따라서 저지방 식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방은 나쁜 물질이라는 설이 의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지방이 아니라 정제된 곡물과 당분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모두가 저지방 식단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윌렛 박사의 주장은 엄청난 사기극으로 여겨졌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 진실은 밝혀졌다. 

이제 우리는 비만이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살이 찐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복부 비만, 즉 내장 지방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헬스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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